[자유성] 욜로족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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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23면   |  수정 2017-08-18

애처가인 남편이 지인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세상에서 소중한 세 가지 금이 있는데 황금, 소금, 지금이 그것이래.’ 그랬더니 곧바로 아내에게서 답이 왔다. ‘내게 소중한 세 가지 금은 현금, 지금, 입금!’ 이에 남편은 다시 문자를 보냈다. ‘방금, 조금, 송금.’ 물론 유머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곱씹어볼 만한 교훈도 담겨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금과 소금보다 지금의 소중함에 동의할 것이다.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 꼽혔던 인도 철학자 라즈니시 오쇼(1931~90)도 ‘지금’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삶의 불행은 대체로 세상으로부터 강요받고 세뇌된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즉 대부분의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환상, 혹은 불안에 사로잡혀 바로 눈앞에 있는 자유와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모든 목적을 버려라. 삶 자체가 목적이다. 미래에 대한 관념을 버려라. 여기저기 분산된 그대의 의식을 한 군데로 모아 ‘지금, 여기’에 살아라. 그러면 한순간에 영생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쇼의 가르침은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인생의 목적을 버리기는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그럼에도 오쇼가 던진 화두는 타인과 사회의 기대에 맞춰 사느라 정체성을 잃고 기계화돼 가는 현대인을 각성시키는 데 유효할 듯싶다.

요즘 들어 오쇼 같은 삶을 실천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욜로족’이다. 욜로(YOLO)란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이들은 지금의 행복을 미래에 저당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내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보다 여행과 취미생활, 자기계발에 돈을 쓰면서 버킷리스트를 채워나간다. 1년간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나 전셋집을 얻는 대신 세계 일주를 하는 가족, 배낭 하나 짊어지고 지구촌을 누비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이제 그리 낯설지가 않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2030세대 10명 중 4명이 스스로를 욜로족이라고 자처했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할수록 욜로 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 같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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