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안한 먹거리 안전 체계 전면 재구축해야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8-18   |  발행일 2017-08-18 제23면   |  수정 2017-08-18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전국 1천456개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하거나 허용 기준을 넘겨 살충제를 쓴 농가가 수십 여 곳이나 됐다. 이처럼 계란 생산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살충제가 사용됐다니 충격적이다. 정부가 적합판정을 받은 계란의 유통을 재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닭과 계란 가공식품 등 먹거리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단지 소비자가 구입해 먹는 계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빵, 과자, 분유, 마요네즈, 아이스크림 등 계란을 재료로 쓰는 수많은 먹거리의 안전성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이미 유럽에선 빵과 마요네즈 등 18개 제품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바 있다. 이처럼 계란 가공식품이 안전사각지대로 방치됐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계란과자 판매를 중단했고, 일부 제빵업체도 계란 사용 제품을 메뉴에서 없애는 등 파장과 후유증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닭고기와 닭고기 가공식품이 살충제로부터 안전한지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사육기간이 짧아 진드기가 발생하지 않는 식용 닭에는 살충제를 쓰지 않기에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을 더 낳기 어려워 폐계돼야 하는 일부 산란계가 육계로 둔갑하거나, 닭고기 가공식품 재료로 쓰인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얼마 전 축산강국이라는 벨기에도 늙은 산란계를 냉동 닭고기로 가공해 콩고 등 아프리카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우리라고 해서 그와 비슷한 일이 없었을까 싶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식품안전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허술한 대응 태세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예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사태 때 우왕좌왕했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대로는 안된다. 언제까지 국민의 입에서 ‘믿고 먹을 게 없다’는 한탄이 나오게 할 것인가. 정부가 과거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으려면 이번 기회에 식품 안전 체계부터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도권 다툼만 벌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만 국민 먹거리 안전을 맡겨둘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식품의 생산·수입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