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깨진 유리창의 법칙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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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7   |  발행일 2017-08-17 제31면   |  수정 2017-08-17

후미진 도로변에 유리창이 깨져있는 자동차와 멀쩡한 상태인 두 대의 자동차를 장시간 방치해 두면 깨진 유리창의 자동차가 나머지에 비해 결국은 크게 훼손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건물이나 자동차의 유리창이 깨진 채 오래 두면 너도나도 도덕적 죄의식 없이 돌을 던지거나 훼손에 동참해 자동차와 건물이 더욱 망가진다는 이론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다. ‘깨진 유리창’이라는 말은 1982년 범죄 현상을 주로 다루던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만든 개념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의 뉴욕이 급속도로 슬럼화된 것은 당국이 길거리의 지저분한 낙서나 위험할 정도로 더러운 지하철 등을 방치하자 범죄는 늘어나고 기업과 중산층은 교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1995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는 강력하게 뉴욕시 정화 작업에 들어가 주요 거점에 CCTV를 설치해 낙서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했다. 또 지하철 내부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범죄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시민들의 행동이 바뀌면서 도시의 면모도 제자리를 잡았다.

경북도내 중소도시 도심 주택가에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방치된 폐가가 더러 있다. 당장 들고양이 등 동물과 벌레들이 모여들어 위생에 문제가 되거니와 일부 불량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소로도 이용된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청소년이나 고양이들이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로는 마음 놓고 제집처럼 드나들어 이웃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집들은 상당수 부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 재산권 행사가 순조롭지 못한 사례가 있다. 남의 땅에 무단으로 집을 짓고 살다가 거주자가 숨질 경우 땅 주인이 맘대로 집을 헐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가가 생긴 원인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깨진 유리창’처럼 범죄 장소가 되기 전에 당국이나 건물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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