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원세비가 아깝다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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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7   |  발행일 2017-08-17 제30면   |  수정 2017-08-17
[취재수첩] 의원세비가 아깝다
남두백기자<경북부/영덕>

지방의원은 주민의 정치적 대표다.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정책·사업·조례 등을 심의·의결하고 행정업무까지 감시·감독할 수 있는 지위를 누린다. 이 때문에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대접과 인사를 받으며 단상 위에 자리 잡고 목에 힘을 준다.

인구 4만명도 안 되는 영덕의 군의원은 모두 7명이다. 군의원은 매월 의정활동비, 경비, 수당, 여비(출장비) 명목으로 300여만원씩 받는다. 1인당 연간 4천만원 정도이며, 의원세비는 세금으로 지급된다.

그러나 일부 의원의 경우 세비가 너무 아깝다. 최근 각종 사고, 추문, 의혹 등으로 경찰, 검찰, 법원 문을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3선의 A의원은 음주운전사고와 절도 등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해수욕장에서 술에 취해 모터보트를 운전하다가 해경에 붙잡혔다.

또 다른 3선인 B의원은 상당한 금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 중이다. C의원은 지난달 25일 음주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지만 두들겨 맞은 피해자들이 사실을 부인한 덕(?)에 겨우 혐의를 벗었다.

이 밖에도 복잡한 채무관계, 도박, 사생활, 세비압류(급여)를 비롯해 의회 내 폭력적 행태 등 그동안 떠돌았던 군의원의 추문과 의혹은 손꼽기 바쁘다. 과거에도 좋지 않은 각종 소문이 있었지만, 이번 7대 군의원만큼 추문이 지속적이고 정도가 심한 경우는 없었다.

입장을 바꿔 만약 이들 군의원이 같은 세금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이라면 어찌 됐을까. 규정대로라면 A의원과 B의원의 경우 중징계 감에 해당된다. 정직에서 최대 파면까지도 가능한 게 현재 공무원 징계 규정이다. C의원과 추문이 있었던 일부 의원의 경우는 무조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두꺼운 얼굴 뒤로 양심을 감춘 군의원의 자세다. 그동안 품위를 잃은 군의원에 대한 특별(윤리)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었다. 비난이 거세진 지난 주 겨우 5명의 의원이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좀 더 두고 보자”며 빈손으로 끝냈다. 결국 이날 모임은 ‘눈 감고 귀 닫은 채 시간이 지날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군의회 안팎에서는 이 같은 군의원의 행태에 대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일부 의원의 적반하장(賊反荷杖)식 징계 논의에 대해 C의원이 곱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영덕군의회는 감사를 핑계로 매년 공무원의 업무, 사업 적정성, 비위 등에 대해 따지고 다그치며 때론 호통까지 친다. 감사 대상인 공무원들이 속으로 얼마나 비웃을는지 이들만 모르는 듯하다.
남두백기자<경북부/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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