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청년들이여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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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7   |  발행일 2017-08-17 제29면   |  수정 2017-08-17
[기고] 대구 청년들이여 표현하자
김대식 <사>점프 대구지부 대표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중 겪었던 일이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문재인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 방향과 방식이 유난히 밝고 쾌활하다고 느꼈다. 유튜브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 사이트에서 대학생과 청년들이 흥겨운 유세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구는 달랐다. 문 후보의 유세차량이 대구 중앙파출소 앞에 왔고, 율동팀이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였지만, 어색함이 가득했다. 비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 웃으면서 보는 사람, 무표정으로 맘에 안 든다는 듯 지켜보는 사람 등. 유일하게 흥겨운 노래에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마냥 즐거운 아이들과 표현에 솔직한 외국인 정도였다. 그러던 중 한 어르신이 조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대구 사람인교?”

“네, 대구 사람입니다.”

그는 혀를 차며 발길을 돌렸다. 몇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어르신이 진짜 내가 대구 사람인지 궁금해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난 이국적으로 생기지 않았고, 특이한 사투리나 외국어를 쓰지도 않았다. 둘째, 어르신은 대구의 청년이 공공장소에서 춤을 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정치는 진지해야 하는데 청년이 춤까지 추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을 수도 있다. 셋째, 문 후보 유세음악에 춤을 추는 청년이 진짜 대구 사람인지가 궁금했을 수도 있다. 당시 대구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마지막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러한 사례가 우리 지역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굳히게 됐다.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은 둘째와 셋째 경우다. ‘대구’ ‘청년’ ‘공공장소에서 춤을 추는 것’ ‘문재인 혹은 민주당’ 이렇게 4가지 요소가 문제의 대상이 된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요약하면 대구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에서 정치까지 모든 분야에서 대구의 청년들은 얼마나 자유로운 것일까. 오랜 기간 외국을 포함한 타지 생활을 하고 대구에 돌아와 느낀 가장 중요한 궁금증이다.

<사>점프 활동과 열린연구소 활동을 하면서 여러 대학의 대학생들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경북대 학생과 서울지역 대학생을 함께 만나보면 경북대 학생들은 보다 겸손하고,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는 듯하다. 칭찬처럼 들리지만 칭찬이 아니다. 지역의 학생들은 똑똑하고 ‘Work Ethic(노동관·근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서툴렀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됨에 따라 토론식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그 예로 미국의 토론수업을 많이 활용한다. 미국에서 토론식 수업이 가능한 이유는 표현하는 토론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헌법가치는 ‘표현의 자유’다. 즉 표현하는 것이 사회의 기본적인 통념이고 가치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우리 언론은 해서는 ‘된다, 안된다’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미국의 언론은 표현의 유무가 아닌 ‘좋은 표현과 좋지 않은 표현’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어릴 때부터 ‘디베이트 클럽(Debate Club)’에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방법을 배운다. 이러한 문화와 교육으로 인해 성숙한 토론이 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대구를 돌아보자. 나의 어린 날을 돌아봐도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했다. 말을 하면서도 ‘이 말이 틀리면 어떻게 하지’를 먼저 걱정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대구의 청년들은 표현력과 표현하려는 의지를 사회적으로 거세당하지는 않았을까?

소통은 한쪽만 있어서는 결코 불가능하다. 혼자서의 소통은 성립될 수 없다.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대구의 청년들은 표현하여야 하고, 아프고 답답하더라도 대구의 어른들은 들어주어야 한다. 표현해야 알 수 있고, 알아야 해결하고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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