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보다 富者 지방, 경제대국 독일의 힘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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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7   |  발행일 2017-08-17 제1면   |  수정 2017-08-17

“Berlin ist arm, aber sexy(가난하지만 매력적인 도시 베를린).” 2003년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독일 베를린 전 시장이 한 말이다. 베를린이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지금까지 자주 쓰이고 있지만, 흥미로운 것은 ‘가난하다’는 전제가 붙는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잘돼 있는 독일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지방이 수도보다 더 잘 살고, 소득수준도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베를린은 오랫동안 재정조정제도에 의해 부유한 다른 주(州)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쪽에 속했다. 지난해 독일 빌트지(誌)가 기업 수 등을 분석해 선정한 독일의 잘사는 도시 순위에서도 베를린은 지방도시들에 밀려 20위에 그쳤다.

초중앙집권·수도권 집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수많은 비(非)수도권 지역민이 학업과 취업을 위해 서울로 몰린다. 반면 독일에선 수도권 집중현상을 찾아볼 수 없다. 지방에도 좋은 대학과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 굳이 베를린까지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베를린 시민들이 종종 ‘지방행(行)’을 희망한다. 베를린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높은 실업률 때문이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해서 사회갈등이나 빈부격차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41억유로(약 5조1천600억원)를 들여 슈투트가르트 중앙역(Hauptbahnhof)을 교통허브로 만드는 ‘슈투트가르트21’(Stuttgart21)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시위 등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방을 ‘죽어가는 지역’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역’으로 만든 독일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 지방도시들의 주체성은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때문일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구체적인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독일의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남일보는 독일의 지방도시를 찾아 독일 지방도시의 대학교수와 청년, 자영업자들로부터 ‘살고 싶은 지역의 조건’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지방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지방대학과 청년층, 자영업자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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