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키운 살충제 계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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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  발행일 2017-08-16 제31면   |  수정 2017-08-16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살충제에 오염된 달걀이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8만 마리 규모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 피프로닐은 개·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뿌리는 살충제의 일종으로, 닭 등 가축에게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남양주 농가 외에도 밀집 사육을 하는 상당수 양계 농가들이 진드기 박멸을 위해 피프로닐을 대량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살충제 계란의 파장은 그 끝을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천 마리 이상 산란계를 사육하는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진행하면서 모든 농장의 달걀 출하를 중지했다. 또한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도 모든 매장에서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졸지에 어디서도 계란을 구입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정부의 검사 결과 살충제 계란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그야말로 ‘계란 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큰 문제가 없어 계란 유통이 재개되더라도 계란 수급 불안, 가격 상승, 소비자 불신, 양계 농가 타격 등 적잖은 후유증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살충제의 위험성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특히 피프로닐은 사람 몸속에 들어가면 간과 신장 등 장기를 망가뜨릴 수 있고, 갑상선암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맹독성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이 버젓이 유통된 데에는 당국의 안일한 대응 탓이 크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불거지기 전에 이미 국내에서 계란의 위해성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지난해 국립축산과학원은 국내산 닭의 진드기 감염률이 94%라는 통계를 발표했는데, 양계 농가가 이를 없애기 위해 농약이나 살충제를 쓸 가능성이 높은 것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개최한 유통 달걀 농약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양계농가 61%가 닭 진드기 감염과 관련해 농약을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국내산 계란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사태를 키운 책임이 크다.

계란은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기초식품이기에 살충제 오염의 충격과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촌각을 다퉈 살충제 계란의 정확한 실태 조사와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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