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교육비 부담 없이 아이 낳고 키우는 사회 됐으면…

  • 이정경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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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6   |  발행일 2017-08-16 제14면   |  수정 2017-08-16
[시민기자 세상보기] 교육비 부담 없이 아이 낳고 키우는 사회 됐으면…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지만, 지금은 개천의 물이 말라 용이 나오지 못해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빠인 아들은 몇 년 전부터 손자든 손녀든 한 명 더 낳아줬으면 좋겠다는 엄마 말에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공하지 열악한 조건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개천에서 용 나듯이 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비 등 부담이 너무 커서 도저히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자신이 없단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수입도 적지 않은데도 아이를 더 낳아 잘 기를 자신이 없다니, 멀리서 지켜봐야만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

아이를 낳아도 돌봐줄 사람이 없다보니 키우는 것 역시 자신이 없단다. 혼자 크는 손자는 또래 아이들이나 동생과 형, 누나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해 며느리도 동생을 낳아볼까 고민을 한 것도 같은데 이제는 포기를 했단다. 우리 집만 그런 모양은 아닌 것 같다. 다섯 살 손자가 태어난 그해엔 친정 조카들도 3명이나 아이를 낳았고 주변에서도 출산이 잇따랐는데 약속이나 한 듯 지금까지 다들 한 명만 키우고 있다.

이렇듯 세계 꼴찌 수준의 저출산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부가 과도하게 시행했던 1980년대 산아제한정책이 떠오른다. 그때는 행정기관에서 복강경불임시술(배꼽수술)을 강요하다시피 하던 시절이어서 나도 하게 됐다. 남편의 허락 없이 했다가 이혼까지 당할 뻔한 에피소드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아직도 선하다.

내가 실제로 키우지 않으니 요즘 아이 키우는 어려움을 체감할 수는 없지만, 세 살 때부터 만만찮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아들 내외를 보면 공감은 된다.

얼마 전엔 손자가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드라마 공연이 있었다. 원어민교사와 유치원생이 대화를 주고받을 때 주위에서는 웃거나 박수 치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며느리는 “우리는 유치원만 보내는데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은 물론 학원도 몇 군데씩 다닌다”며 가감없이 현실을 들려줬다. 교육경쟁이 너무 치열한 현실이 무섭단다. 아마도 우리가 아이를 키우던 1980년대가 지금 같았다면 흙수저에서 꼼짝 못하고 그대로 대물림했을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는 나라를 살리는, 사람을 살리는 교육정책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교육비 등에 대한 고민이나 부담 없이 아이를 낳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오늘도 우리 손주들이 더 많이 태어나길 간절히 빌고 또 빈다.

이정경 시민기자 kyung63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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