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거·언→도랑·둑, 기타→그밖의, 부락→마을…‘재판 생중계 시대’ 일제 법률 용어·표현 정비

  • 입력 2017-08-16 07:32  |  수정 2017-08-16 07:32  |  발행일 2017-08-16 제13면

지난 1일부터 형사재판의 생중계가 가능해지면서 직접 판결문을 낭독해야 하는 판사들의 법정 언어생활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로 광복 72주년을 맞지만, 법정에서 사용하는 법률용어와 표현에 청산해야 할 일제 잔재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폐쇄적 문화 탓에 일본식 한자어와 표현이 난무하는 법정·법률용어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개선 작업도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뎠다. 하지만 재판 생중계로 베일에 싸였던 법정 언어생활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개선에 나서야 할 법원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15일 법원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재판 생중계를 위한 세부지침을 마련 중인 법원은 카메라 앞에서 판결문을 낭독할 판사들이 지켜야 할 법정 언행 정비 작업에도 조만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식 한자어나 표현 등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될 경우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기본법인 민법이다. 민법 229조와 230조는 하천 주위 토지의 소유권을 규정하면서 각각 ‘구거(溝渠)’와 ‘언(堰)’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사용한다. ‘도랑’과 ‘둑’을 뜻하는 일본식 한자어다. 헌법과 민법, 형법 등 법령 전반에 거쳐 두루 쓰이는 ‘기타(基他)’도 대표적인 일본식 한자어다. 어떤 상황을 병렬적으로 접속하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말로는 ‘그 밖의(에)’로 표현할 수 있다. 판결문이나 결정문의 주요 쟁점을 설명할 때 쓰이는 ‘적극’과 ‘소극’이라는 용어는 뜻이 불분명한 일본식 한자어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주요 판결문이나 결정문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따로 요약문을 작성해 공개하는데, 당사자의 쟁점별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적극)’,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극)’이라고 표기한다. ‘긍정(positive)’하거나 ‘부정(negative)’한다는 뜻으로 일본에서 사용하던 용어를 무분별하게 받아 쓴 것으로 추측된다.

이 밖에 ‘가도(假道)’는 ‘임시도로’, ‘가료(加療)’는 ‘치료’, ‘부락(部落)’은 ‘마을’, ‘사찰(査察)’은 ‘조사’, ‘시건(施鍵)’은 ‘잠금’으로 고쳐 사용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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