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트랙이여 안녕”

  • 입력 2017-08-15 00:00  |  수정 2017-08-15
■ 우사인 볼트 은퇴식
마지막 트랙에서 팬과 소통 “알리도 마지막 경기는 져 이미 세계 최고 증명했다”
은퇴 번복 없음 다시 못박아
볼트 “트랙이여 안녕”
우사인 볼트가 14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은퇴식을 치르고 있다. 볼트는 출발선에 무릎을 꿇고 오래 생각에 잠겼다. 연합뉴스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출발선으로 걸어가더니 무릎을 꿇었다. 그가 가장 긴장했던 장소다. ‘육상 단거리 신화’가 시작된 장소이기도 하다. 볼트는 출발선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4일(한국시각)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볼트를 위한 은퇴식을 열었다. 세계선수권 금메달 11개, 올림픽 금메달 8개를 차지한 ‘단거리 황제’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100m 3위에 그쳤고, 4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나섰지만 허벅지 부상으로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IAAF는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볼트를 트랙 위로 다시 불러냈다. 볼트도 행사 당일에야 IAAF가 은퇴식을 준비했다는 걸 알았다. 볼트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배스천 코 IAAF 회장과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올림픽 스타디움 조각’을 떼어 액자에 담았다.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볼트가 뛴 레인인 ‘7’을 새겨 선물했다. 런던 세계선수권에서는 악몽의 트랙이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볼트가 금빛 질주를 한 트랙이었다. 볼트는 “런던은 또 다른 나의 고향”이라며 기뻐했다.

팬들에게도 마지막으로 볼트를 만날 시간이 주어졌다. 볼트는 역대 최고 단거리스타이자, 트랙 위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다. 볼트는 트랙 위를 돌다가 관중석 근처로 달려가 팬들에게 사진 찍을 기회를 주고, 자신의 100m와 200m 세계기록(100m 9초58, 200m 19초19)을 새긴 전광판 앞에서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쳤다. 볼트는 트랙 위로 내려온 어머니와 아버지를 발견한 뒤에는 감격에 젖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볼트는 “이번 런던 대회를 치르면서 심정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늘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해 팬들께 기쁨을 주고자 했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모두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은퇴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볼트는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도 마지막 경기에서는 졌다”고 현역 마지막 대회의 노 골드의 아쉬움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많은 대회에서 나는 내가 최고의 스프린터라는 걸 증명했다. 내 좌우명 ‘불가능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알렸다”며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면, 내 현역 시절은 정말 행복했던 것”이라고 자신의 업적에 의미를 부여했다.

볼트는 은퇴 번복이 화두에 오르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은퇴 후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지금은 파티를 즐기고 맘껏 술을 마시고 싶다”고 웃은 뒤 “하지만 확실한 건 ‘볼트는 더는 순위를 가르는 대회에서 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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