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 한방병원의 건강이야기] 유방암 환자의 만성피로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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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5 07:56  |  수정 2017-08-15 07:56  |  발행일 2017-08-15 제19면
항암치료후 ‘암성피로’ 침술 병행하면 부작용 적고 효과적
20170815

유방암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뿐만 아니라 호르몬치료, 표적치료 등의 복합요법이 필수다. 복합 치료의 목표가 유방암을 없애는 것에 있으므로 각종 후유증이 생기게 된다. 이런 부작용 및 후유증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방관한다면 환자의 삶의 질은 확실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종 치료에 따르는 후유증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암 환자가 흔히 호소하는 증상으로 피로를 들 수 있다. 암 치료를 받는 중이나 치료를 완료한 후에도 보일 수 있는데, 이를 암성 피로(cancer-related fatigue)라고 한다. 암성 피로는 환자 삶의 질뿐만 아니라, 가족의 육체적·정신적·경제적 측면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30~40%의 유방암 환자는 치료가 끝난 5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에도 현저한 피로를, 처치 받은 암 치료 종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암성 피로를 호소한다. 예를 들면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모두 받은 환자는 하나만 받은 환자보다 더 높은 피로를 호소하게 되는데, 진단 5~15년 후 나타나는 피로감이 일반인보다 더 높다고 한다.


치료 끝나고 5년 지나도 현저한 피로
단순한 휴식으로는 회복되기 어려워
유방암환자 73%, 보완대체의학 도움



한방병원을 찾는 암 환자 대부분은 암성 피로를 기본 증상으로 호소하고 있다. 주 증상으로 호소하거나 부차적 증상으로 호소한 환자를 다 포함하면 90% 정도의 내원 환자가 암성 피로를 호소할 정도다. 그만큼 암 환자에게는 보편적인 질환이며, 암성 통증이나 다른 가시적인 장애보다 오래 지속된다.

암성 피로는 당연히 겪어야 하고 쉬면 낫는다는 생각을 갖기 쉬우나, 단순한 휴식으로는 회복되기 어렵고, 또 오랫동안 낫지 않는 암성 피로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암성 피로는 종양의 성장, 항암화학요법, 생체반응조절물질, 분자표적치료, 방사선치료, 빈혈, 통증, 스트레스, 수면장애와 불량한 영양상태 등이 원인이 되어 나타날 수 있다. 빈혈, 내분비 기능부전 등의 동반 질환이 있을 때는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또 통증, 오심, 수면장애, 우울, 불안, 식욕부진과 같은 증상은 암 환자 피로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전문가 평가와 적절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의료계에서 암성 피로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적극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실제 미국 임상 종양협회(ASCO)와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암성 피로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와 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일차적인 치료를 마친 시점부터 시작해 치료가 종료된 후에도 암성 피로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적 측면에서 유방암 환자의 만성 피로를 어떻게 치료할까.

침 치료는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면서도 유방암 환자의 치료 중이나 치료 후에 동반되는 암성 피로에 매우 효과적이다. 국제 학술지에 암성 피로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효과 관련 다양한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국제학술지인 영국의 임상종양학저널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 30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배정해 227명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총 6회 침 치료와 일반적인 관리를, 75명에게는 일반적인 관리만 시행했다. 그 결과 침 치료를 병행한 환자들이 호소하는 피로의 정도가 더 많이 줄어들었다. 침 치료를 병행한 환자의 경우 육체적·정신적인 피로, 불안, 우울과 삶의 질이 모두 유의하게 개선됐다.

침 뿐만 아니라 탕약도 효과가 크다. 예를 들면 보중익기탕이나 십전대보탕, 인삼양영탕 등의 처방은 암성 피로에 효과적이다. 특히 인삼이나 황기 등의 기허(氣虛)를 치료하는 약물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2012년과 2013년에 대규모 연구가 미국에서 이뤄졌는데, 40곳의 364명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삼(wisconsin ginseng)이 암성 피로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이러한 연구는 미국 의료기관에서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며, 임상종양학저널과 같은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어 있다.

유방암 환자 73%가 보완대체의학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환자들은 유방암 치료 후 더 나은 새로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 치료를 받았으며, 침 치료 등을 병행했을 때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암성 피로에 체침, 이침, 전팀을 이용한 침치료 및 한약치료, 약침치료를 선택적으로 적용해 암성 피로 및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유방암 치료를 받으면서, 또 치료 후에 피로감이 지속한다면 다음과 같이 스스로 점수를 매겨서 관리가 필요한지 평가해 봐야 한다. 전혀 피로하지 않은 상태를 0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피로한 상태를 10점이라고 할 때, 4점 또는 그 이상이라면 전문가의 통합적인 평가를 통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한방암센터 김경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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