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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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4   |  발행일 2017-08-14 제30면   |  수정 2017-08-14
[기고]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
박희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회장

평생 드넓은 바다를 누비는 마도로스에게 방향키는 항해 속도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목적지를 향해 안전하게 방향키를 다루는 자에게만 바다의 아름다움이 허락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법이다.

국민의 기대 속에 들어선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이러한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저성장·양극화의 늪에서 허덕이는 국내 경제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과 관련한 지원책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한 데 이어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4차 산업혁명 기반 구축, 청년일자리 창출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롭고 진취적인 정책들이 나오다보니 중소기업계도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굳건한 정책을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의 성장은 곧 국가 경제의 활력과도 직결됨을 기업인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하고 있는 필자의 시각에서 안타까운 점은 ‘정책 추진속도에 비해 정책 방향은 적절히 논의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하나의 정책이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충분한 소통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중소기업 정책들이 중소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반면 최근 이슈화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현장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에 있어서는 중소기업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근로자의 소득 증대 및 균형 잡힌 근로 환경은 마땅히 추구돼야 할 가치다. 하지만 정책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추진될 경우, 중소기업에 오히려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이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은 과거에 이미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어찌 됐든 새 정부의 의욕 넘치는 중소기업 정책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고,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이에 앞장서고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항해를 시작함에 앞서 방향키를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우선 지금부터라도 기업의 경영환경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들과 관련해 기업인과의 지속적이고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를 토대로 최선의 방향을 정하고 추진한다면, 모두가 바라는 목표지점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소통이 화두인 시대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 고용시장의 88%를 차지하는 350만개 중소기업의 기(氣)를 살려주는 정책의 생명은 결국 소통임을 정부에서 인지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소통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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