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고마워,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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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4 08:11  |  수정 2017-08-14 08:11  |  발행일 2017-08-14 제22면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문화산책] 고마워, 축하해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습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제는 아주 큰 더위는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침저녁으로 공기는 한결 청명해졌지요. 그리고 가을을 담은 하늘은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푸르고 높으며 계절이 바뀌고 있다고 몸소 전해주듯 매 순간이 다릅니다. 문득, 국악밴드 나릿의 지방 공연을 떠나며 생각했습니다. 시시각각 오고가는 구름과 저 멀리 산 능선, 오묘한 하늘빛이 만드는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도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저 풍경을 보며 누군가와 함께 환호하고 감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벅차고 감사한 일인가.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말했습니다. “산, 강, 그리고 도시만을 생각한다면 세상은 공허한 곳이지만, 비록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우리와 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지구는 사람이 사는 정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명상가인 다릴 앙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관계의 목적은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을 배우는 일이다. 모든 인간관계라는 것은 서로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어떤 미지의 것을 배우기 위해 상대방을 끌어들여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이다.”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그 인연에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필연과 인연과 우연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데, 세상 무수한 사람 중에 몇몇이 인연을 맺고 깊이 맺은 인연의 고리를 열쇠 삼아 서로의 정원에 문을 열어줍니다.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어 낯선 타인의 공간을 나누고 혼자서는 알지 못했던 내 정원의 색깔과 향기를 새롭게 확인해 하는 공동 작업을 해나가게 됩니다. 양보하고 배려하며 함께 정원을 가꾸는 일, ‘필연’이라는 소중한 보석을 찾는 인내의 시간. 그러다 상처를 주고받을지언정 미지의 것을 배우고 또 배우는 과정만 하더라도 상대에게는 고마운 마음만을 가져도 부족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필자의 정원을 돌아보며 오늘은 지난 주말 생일을 맞이한 막내 멤버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짓고 싶습니다. “뾰족한 가시덤불, 모난 돌,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땅. 여전히 가꾸어야 할 것 투성이지만, 아름다운 하늘 아래 마르지 않는 강이 흐르는 풍성한 우리의 정원을 꿈꾸게 하는 소중한 사람! 고마워!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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