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즐거움이 잘 조화되는 삶

  • 최은지
  • |
  • 입력 2017-08-14 08:19  |  수정 2017-08-14 08:20  |  발행일 2017-08-14 제18면
현재의 즐거움을 좇을까? 미래의 즐거움을 좇을까?
20170814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간단한 질문 한 가지를 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일상적인 질문입니다.

“만약 월요일에 일주일 용돈으로 3천원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용돈을 받은 월요일에 얼마를 쓰겠습니까?” 답변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요일에 3천원을 다 쓰겠다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1천원만 쓰고 2천원은 남겨 놓겠다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학생은 한 푼도 쓰지 않고 3천원 전부를 남겨 놓겠다고 대답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 질문을 한 이유는 나 자신이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 중에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용돈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즐거운 것은 용돈으로 원하는 것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물론 “돈을 쓰는 것을 무조건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돈을 쓰는 것이 스트레스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돈을 소비하는 것은 욕구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므로 즐거움이라는 전제 아래서 이야기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용돈으로 즐거움 추구하는 방식
① 현재 위해 모조리 쓰는 경우
② 미래 위해 모두 저축하는 경우
③ 현재·미래에 똑같이 쓰고 저축

“한쪽 지나침보다 균등히 활용을”



먼저 월요일에 3천원을 다 쓰겠다는 학생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월요일에 3천원을 다 쓴 학생은 현재의 즐거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미래의 즐거움은 소홀히 생각하는 학생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월요일에 3천원을 다 쓰면 500원이나 1천원을 쓸 때보다 즐거움은 더 클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반면에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쓸 돈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화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축구를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가게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때 나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위한 돈은 남아 있지 않는 것이지요. 미래의 즐거움을 위한 돈은 남아있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은 월요일에 한 푼도 쓰지 않고, 3천원을 모두 남겨두는 학생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학생은 미래의 즐거움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현재가 즐겁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은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너무 지나치게 미래만 생각하다 보면 현재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참고 견뎌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화요일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화요일이 되면 어제까지만 해도 미래였던 화요일은 현재가 됩니다. 현재가 된 화요일은 또다시 미래를 위해 희생하여 참고 견디는 즐겁지 않은 시간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삶은 항상 미래를 위해 참고 견디다가 즐겁지 않은 시간만으로 채워질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월요일에 1천원만 쓰고, 나머지는 남겨 놓는 학생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학생은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학생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수학에서처럼 법칙이나 공식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쓴 돈과 남은 돈의 비율은 곧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의 비율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월요일에 1천원을 쓰고 2천원은 남겨 놓는다면 이 학생은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1을 사용하고,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2를 투자하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월요일에 2천원을 쓰고, 1천원을 남겨 놓는 학생이라면 이 학생은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을 2:1의 비율로 생각하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가지 유형의 답변을 통해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현재의 즐거움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삶도 있고, 미래의 즐거움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삶도 있으며,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삶도 있습니다.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 중에 어느 하나를 지나치게 중시하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움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균형 있게 누리는 것이 보다 현명한 삶일 것입니다. 이번 남은 여름방학도 현재의 즐거움을 위한 활동과 미래의 즐거움을 위한 활동이 잘 조화를 이루는 알찬 방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장수<대구진천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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