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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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4 08:16  |  수정 2017-08-14 08:16  |  발행일 2017-08-14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소속 집단에서 상대적 위치가 어딘가를 나타내주는 것이 상대평가다. 상대평가는 개인차를 잘 보여줄 수 있고, 극히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교사의 주관이나 편견이 스며들 여지가 없다. 상대평가는 경쟁을 유도하여 학습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상대평가는 특정 집단 안에서만 통하기 때문에 다른 집단과 비교할 수가 없다. 상대평가로는 학생의 상대적 위치, 즉 석차는 알 수 있지만, 바라는 교육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는지도 알기 어렵다. 집단의 수준이 낮으면 100점 만점에 20점이 1등이 될 수 있다. 상대평가는 학생으로 하여금 점수가 낮아도 석차가 앞이기 때문에 안이한 생각을 하게 하거나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상대적 석차가 낮아 가혹한 패배감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 상대평가는 개인 상호 간의 우열만 가리면 되기 때문에 교사가 치열하게 연구하기보다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

절대평가는 수업을 통해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능력, 즉 학습목표에 대한 평가다. 절대평가는 다른 학생보다 석차가 앞에 있어도 설정된 목표에 이르지 못하면 계속해서 노력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지게 해 준다. 절대평가는 학습자의 성취와 실패 부분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교사가 자신의 교수법을 반성하고 개선하도록 자극하며, 학습자 개개인의 진전 상황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지게 해 준다. 절대평가는 목표지향적인 평가방식이기 때문에 목표가 달성될 경우 학습자에게는 엄청난 성취감을 줄 수 있다. 절대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절대기준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절대평가는 개인 간의 성적 비교를 어렵게 하여 선발을 위한 우열 가리기를 힘들게 한다. 우리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없다. 절대평가의 단점은 상대평가로 보완할 수 있고 그 역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필요와 목적에 따라 평가방법은 달라지며, 사안별로 둘 다를 같이 적용할 수도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수능개편안 중 일부과목만 절대평가하는 1안이 채택될 경우 수능 변별력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국어, 수학 사교육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전과목 절대평가의 2안이 채택되면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든 수험생을 줄 세워 필요한 인원만큼만 잘라갈 것이기 때문에, 대학별 면접 구술 고사에 맞춘 신종 사교육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중3은 수능체제가 아니라 내신 평가 방식에 더 관심이 많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면 내신을 더 잘 받을 수 있는 일반고로 갈 것이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우수학생이 많은 학군이나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장점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학벌에 의한 패거리 의식, 임금 격차, 차별 대우 같은 것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적성과 취향, 능력에 맞는 일자리에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대학입시 문제는 보다 쉽게 해결될 것이다. 어정쩡한 제도는 학생과 학부모만 고통스럽게 한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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