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봇물 터진 정책 기조 전환,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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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2   |  발행일 2017-08-12 제23면   |  수정 2017-08-12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가 주요 정책의 방향 수정이 봇물 터진 듯하다. 수능 절대평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탈원전 등 파급력 큰 이슈가 연일 쏟아진다. 대체로 방향은 옳다. 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하고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다. 국민의 공감대를 모아가는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점도 아쉽다. 일부 정책은 재정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데도 구체적 재원마련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10일엔 절대평가 확대를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공개했다. 줄세우기식 상대평가를 없애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수능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변별력이 떨어지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고소득층 자녀에게 유리한 학종의 공정성 논란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제시한 부분적 절대평가안은 국어·수학 사교육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이에 앞서 향후 5년간 31조원을 투입해 3천800개의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건보 보장률을 현재의 63.2%에서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 건보 보장률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경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20조원의 건보 적립금이 쌓여 있는 지금이 건보 개혁의 적기(適期)다. 그러나 보장률이 높아지고 2인 병실까지 건보가 적용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게 뻔하다. 건보에 지원하는 국고 보조금을 늘려야 하지만 이 또한 재정에 귀결되는 문제다.

원전 정책은 백년을 내다보는 정치(精緻)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설계돼야 한다. 탈원전에 따른 차세대 원전 기술의 무용화와 원전 수출의 딜레마도 따져볼 일이다. 특히 건설 중인 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 중단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저임금도 그렇다. 소득 양극화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소상공인에게 과한 충격을 주지 않도록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정부 정책 기조 전환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부작용이나 폐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이든 서두르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올해 시행되는 영어 절대평가의 효과를 살펴본 다음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요 정책을 마구 밀어붙이면서 정작 예정대로 시행해야 할 종교인 과세는 연기설이 솔솔 나온다. 무릇 국민에게 파급력이 큰 국가 정책은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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