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교육부 원죄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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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9   |  발행일 2017-08-09 제31면   |  수정 2017-08-09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학입시 전형료의 합리적 개선을 지시한 이후 교육부는 이 문제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수시 1회에 10만원 안팎, 정시는 4만원대 수준으로 1인당 최대 100만원 넘게 지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서 “교육부가 대학들과 협의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전형료 산정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7월17일 교육부 장관과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는 국·공립대부터 대입전형료 인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나서서 대학입시 전형료 회계관리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교육부에 권고하고, 이에 맞춰 최근 교육부가 각 대학에 ‘대입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 공문을 내려보냈다. 교육부가 보낸 공문에는 25%를 삭감한 대입전형료를 예시했으며 지난 4일까지 인하 계획안을 제출받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지표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입 전형료 인하문제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사실 대학들은 말은 못하지만 불만이 많다. 다수 대학의 처지에서 볼 때 대입 전형료가 비판받을 정도인 대학은 일부 대학에 국한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15~25개 대학 정도나 문제이지 나머지 지방 국립대와 대부분의 사립대는 전형료를 인하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전형료 인하문제는 대학자율 형식을 취하되 교육부는 이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교육부가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가 예전 정부 행태를 답습하는 거 같아 좋게 보이지 않는다. 대학의 가장 큰 불만을 샀던 ‘재정사업연계’도 청산해야 할 적폐인데 교육부는 전형료 인하와 연계시켰다. 대통령이 학부모의 대입 전형료 부담을 경감하면 좋겠다는 뜻에서 인하를 지시한 것은 백번 지당한 말이지만 대통령 지시에 맹종하는 교육부는 여전히 옛 버릇을 못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밀어붙였던 교육부의 원죄 탓이겠지만 앞으로는 대학현장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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