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공연기획과 무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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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9 07:54  |  수정 2017-08-09 07:54  |  발행일 2017-08-09 제23면
[문화산책] 공연기획과 무대 디자인

보통 1년에 4번 정도 서울에 연극을 보러 간다. 이때 대학로의 대표적인 상업극과 내가 서울에 갈쯤 잘 알려졌거나, 작품성이 좋기로 유명한 비상업극을 한편씩 본다. 대학로 상업극은 대구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는 보통 월·화요일은 공연이 없지만, 대학로 상업극은 1년 내내 쉬지 않고 공연을 하는 데도 관객이 150명, 200명씩 찾아와 표가 매진되고 있다. 비상업극도 웬만해서는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가 없으며, 하루 관객이 평균 40~50명 정도는 늘 확보된다.

반면 대구의 연극은 관객들의 수요가 상당히 적다. 보통 시내에서 공연되는 상업극에 많이 몰리긴 하지만, 주말·휴일 이외에는 공연을 2회 이상 하지 않는다. 비상업극은 관객이 적다보니 배우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때론 관객을 동원하기까지도 한다.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확실한 건 시민들의 연극에 대한 관심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에 이렇게 많은 극단과 공연이 있는 데도 소극장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구는 서울 대학로에 비해 연극에 대한 기획·홍보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대학로의 경우, 포스터 디자인부터 공연 홍보 방향, 주요 관객 타기팅 등 마케팅 분야에 있어 획기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반면 지역에선 자신의 아이디어를 살려 기획과 제작을 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인재들이 없어 대부분 단체의 자체 인재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경우 수많은 무대디자이너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연극 제작과정에 전반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한 디자인 시안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전문적인 무대제작업체가 여럿 있기 때문에 대부분 무대의 디자인과 제작의 개념이 철저하게 분리된다. 대구에서는 사실상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디자이너의 제작과정 참여를 최소화하거나, 무대가 가지는 예술적 상징성보다는 배우와의 창조 작업에 더욱 충실하는 편이다. 이는 무대라는 빈 공간을 각종 세트와 장치들로 가득 채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습하고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존중되어야 하고, 창의적이고 섬세한 무대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연은 일종의 서비스다. 관객들의 마음이 정화되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하며, 자신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이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다. 그렇기에 대구에서도 좀 더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게, 좀 더 많은 관객들이 공연에 대한 깊은 성의를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머물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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