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脫원전, 국민투표에 부치자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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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8   |  발행일 2017-08-08 제30면   |  수정 2017-08-08
탈원전 공론화위원회가
어떤 조사 결과 내놓아도
논란 계속될 가능성 높아
전국민 영향 미치는 사안
국민투표로 방향 정하길
20170808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대한민국 에너지 백년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고리 원전 1호기가 영구중지된 데 이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도 일시 중단됐다.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는 종합 설계 용역 단계, 영덕 천지 원전 1·2호기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멈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 전면 중단과 건설 계획 백지화를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건 터라 이들 원전 건설 사업은 사실상 취소됐다고 볼 수 있다. 급기야 정부는 ‘2079년 원전제로’ 선언까지 했다.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중심축을 원자력에서 다른 에너지원(LNG, 태양열, 풍력 등)으로 바꾸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교육 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교육 정책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듯 에너지 정책 역시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장 국민들은 탈원전이 실현되면 전기료는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다. 정부는 탈원전이 실현돼도 이 정권 임기 내(5년)에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탈원전의 운명을 가를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사실상 탈원전의 시작점이 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가 출범한 것이다. 오는 10월21일까지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순탄치가 않다. 공론위의 권한 범위를 놓고 논란을 빚은 데 이어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은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론위의 활동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정 다툼까지 빚어지고 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공사 중단 42%, 공사 계속 40%로 응답해 공사 중단과 계속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론위가 어떤 결론을 내놓든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탈원전을 놓고 정부를 중심으로 한 찬성쪽과 야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쪽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전기 요금 인상 여부는 물론이고 원전 발전단가,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실제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여부, 원전의 안전성 여부, 전력 예비율 등을 놓고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탈원전 문제가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애꿎은 국민들만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탈원전과 관련해 정부가 한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한반도 통일이다. 통일이 된다면 현재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전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통일 후 당장은 남한에서 북한의 부족한 전력난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을 해도 통일 후 늘어날 전력 수요를 감당 가능한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탈원전 문제는 짧은 시간에 밀어붙여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선 공약을 했다고 서둘러 실행해야 하는 것도 옳지 않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많은 공약 중의 하나일 뿐이다. 탈원전 공약을 보고 국민 다수가 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자칫 탈원전 문제가 국민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문재인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바로 탈원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현행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탈원전 문제는 국민투표를 할 만한 국가 중대사안이다. 스위스는 최근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선택했다. 지난 대선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탈원전·탈핵을 위한 국민투표 제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투표 결과에 따라 탈원전을 할 것인지, 원전을 국가 에너지 근간으로 삼을지 아예 헌법에 명시하자. 그래야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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