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나는 관대하다, 고로 행복하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8-07 07:52  |  수정 2017-08-07 07:52  |  발행일 2017-08-07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나는 관대하다, 고로 행복하다

한 10년 전쯤 스파르타제국과 페르시아제국 간에 있었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색다르게 해석한 영화 ‘300’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배역은 아마도 페르시아 황제인 ‘크세르크세스 1세’였던 것 같습니다. 이 배역은 그간 우리가 생각하는 황제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좀 기괴한 모습이었습니다. 또 항복을 강요하며 굵직한 저음으로 내뱉는 “나는 관대하다”란 말이 이 영화를 대표하는 유행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이 영화 속 ‘크세르크세스 1세’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별로 관대하지 않습니다.

그간 심리학자, 철학자, 경제학자들은 사람이 실제 왜 관대한 행동을 하는지 그 동기가 궁금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족을 돕는다든지, 언젠가 되돌아올 보상을 기대한다든지, 또는 자신에 대한 세상의 평판에 도움이 될 것이라서 그런 관대한 행동을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인간은 이러한 이유 없이도 타인에게 헌신을 하곤 합니다. 따라서 무언가 보상을 바라고 관대한 행동을 한다는 이론은 설득력이 약해졌고 새로운 해석에 대한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최근 많은 연구들을 보면 관대한 행동의 동기로 행복을 주목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할 때 경험하는 뭔가 가슴 뜨거운 강렬한 기억, 즉 행복감이 계속해서 남에게 관대한 행동을 하도록 강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루벡대 심리학과 박소영 교수 연구진이 미국 노스웨스턴대 신경과 토렌스 칸트 교수 연구진과 스위스 취리히대 경제학과 필립 토블러 교수 연구진과 함께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를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그룹과 남을 위해 돈을 쓰는 그룹으로 나누고 4주간 돈을 쓰도록 하면서 이 두 그룹을 비교 관찰했습니다. 우린 대부분 자신을 위해 돈을 쓴 그룹이 더 행복할 것이라 예상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쓴 그룹에 비해 남을 위해 돈을 쓴 그룹이 좀 더 관대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으며, 스스로도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분석을 통해 관대한 결정을 하는데 관여하는 뇌 부위는 우측두엽 연결(temporoparietal junction)임을 알아냈고, 자신을 위해 돈을 쓴 그룹과 남을 위해 돈을 쓴 그룹 간에는 우측두엽 연결과 선조체(striatum) 간의 연결도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우측두엽 연결은 공감과 사회적 인식에 관련된 뇌 영역으로 이 부위가 손상되면 도덕적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한편 선조체는 뇌 속 보상시스템의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관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 선조체 활동(striatal activity)이 행복감의 차이에 깊이 관여한다고 합니다. 이는 결국 선조체 활동이 관대함과 행복을 연결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리해보자면 공감과 사회적 인식에 관련되고 도덕적 결정 능력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뇌 영역이 우리가 이기적인 결정을 하도록 유혹하는 뇌 속 보상시스템을 제어하게 되면, 우린 관대한 결정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행복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구성원 서로 간의 관대함과 그로 인해 파급되는 개인의 행복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연구에서 밝힌 관대함과 행복 사이의 연결 고리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일상에서 이기적으로 자기만을 챙기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너무 더워서 짜증나는 여름이지만, 오늘 잠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고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친절을 베풀어 보세요. 그럼 흉측하고 기괴하게 생긴 여러분의 뇌는 묵직한 음성으로 “나는 관대하다. 고로 행복하다!”라며 대구의 더위를 다 날려 보낼 만큼 시원한 사이다 같은 행복감을 선물할 것입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