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학 가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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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7 07:44  |  수정 2017-08-07 07:44  |  발행일 2017-08-07 제15면
[행복한 교육] 대학 가면 될까?

요즘 대학생들은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가 드물다. 취업 준비를 위해 어학 연수니 배낭 여행이니 봉사 활동을 하느라 휴학을 하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경우 학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로 4년 만에 졸업하기가 어렵다. 그뿐이랴. 졸업생이 되면 취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학생 신분을 계속 유지하는 졸업 보류생도 많다. 대학만 졸업하면 알아서 취업할 것으로 기대했던 부모의 입장으로서는 참 답답한 일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의 정규직 취업률은 2006년 63.1%에서 2015년 52.5%로 10.6%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과 외국계 회사, 공공기관과 연구기관 등 이른바 ‘선망 직장’ 정규직 취업자 비율도 같은 기간 29.1%에서 19.8%로 9.3%포인트나 줄어들었다(동아일보 7월13일자). 취업을 한 경우에도 근로 조건은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219만원이던 대졸자 월평균 임금이 2015년에는 210만원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5.3시간에서 44.6시간으로 0.7시간(42분)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결국 취업 자체가 힘들고, 취업하고도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54만6천여명으로, 지난해 동기간보다 11.8% 증가했다. 전체 실업자의 절반 이상이 대졸자다(뉴시스 7월15일자). 여기에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 대졸자까지 포함을 한다면 대졸자의 실업률은 더 올라간다.

내 주변에도 대학을 졸업한 후 여전히 부모 경제에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2년 35∼44세의 연령대에서 6명 가운데 한 명꼴인 약 300만 명이 미혼인 채로 부모와 동거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 하니 내집 네집 할 것 없이 자식 내쫓기를 실행해야 할 판이다.

대학만 가면, 좋은 대학에만 진학하면 세상의 마스터키를 쥐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호언장담하였는데 현실은 갈수록 교사를 허언장담이나 하는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다. 다행히 학생들은 이미 대입이 최종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시험 공부 대신 끊임없이 샛길을 두리번거린다. 부모 말만 들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문제는 부모와 교사들이다. 기성세대는 자신 삶의 경험에만 딱 붙어 있기 때문에 대학 졸업, 평생 직장이라는 패러다임을 좀체 내려놓기가 어렵다. 아니, 그것밖에 모르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이나 대안을 믿기 싫어한다. 특히 공부해서 나름 괜찮은 직장으로 자수성가한 부모일수록 성공의 역설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문제는 예전의 공부 방식과 공부의 가치가 학생들에게 안 먹힌다는 점이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교훈은 학생들의 자발적 학습을 이끌어내기에 힘이 달리고, 나만 믿고 따라오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장담에는 현실이 콧방귀 뀐다. 현재의 문제는 보이지만 갈 길은 잘 안 보인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바뀌는 것을 번연히 보면서도 여전히 수능과 대입만 바라보고 달리는 인문계의 여름 방학이 더욱 덥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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