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새 정부 脫원전정책에 대한 단상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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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2   |  발행일 2017-08-02 제30면   |  수정 2017-08-02
미래를 위한 탈원전 옳지만
임기 내 보여주기식은 곤란
수십년 원전과 함께 살아온
지역경제 몰락 대책도 필요
보다 신중한 로드맵을 짜야
[동대구로에서] 새 정부 脫원전정책에 대한 단상

새 정부가 원자력발전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로 변화를 천명하면서 수십년 동안 국가 전력공급원이었던 원자력발전소는 어느 순간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탈원전은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 국민에게도 충격이었고 원전을 ‘안전’이라는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게 했다. 이런 까닭에 새 정부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긍한다.

그런데 추진과정이 너무 급하고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맞춰가고 있는 느낌이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정부 간의 삐걱거림도 그중 하나다. 정부는 위원회가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해 찬반결론을 내리면 이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위원회는 시민배심원단 선정도 없고 건설 중단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국민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수준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자 이낙연 총리가 나서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책임 떠넘기기’의 해명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그동안 국가에너지산업의 핵심이었던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경북도에는 현재 운용 중인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이 위치하고 있다. 또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저장하는 저장소까지 가동 중이다. 원전의 안전성이나 핵폐기물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낙후된 지역경제 현실과 국가 경제발전을 이끈 전력을 공급해왔다는 자긍심 등으로 버텨왔다.

월성원전 1호기가 조기 가동 중단되면 440억원의 경주시 세수가 줄고 1천500여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예상된다. 영덕 천지원전 1·2호기, 울진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이 백지화되면 경북 동해안 경제는 더욱 피폐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지만, 해당 지역민들의 의견은 들을 생각도 없다. 새 정부의 정책 1순위인 일자리정책과도 동떨어진다.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는 경영자가 내리는 의사결정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고 한다. 첫째가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다. 일방통행의 문을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은 천천히 가더라도 신중하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내려야 한다. 둘째는 회전문처럼 문 밖을 나가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되돌아 오면 되는 때다. 이런 경우는 판단력이 좋은 임직원 또는 소수의 전문가 그룹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해보는 편이 더 낫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정책은 첫째 유형이다. 원자력발전소는 고도의 기술과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과 직결된 전력을 공급한다.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꾀한다면 탈원전 시 전력공급은 어떻게 되는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산업들이 어느 만큼 기반을 갖추고 얼마나 더 기술 개발이 필요한지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기에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사는 것이다.

새 정부는 더 오래도록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탈원전에 대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진행시켜야 한다. 5년간 임기 내에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탈원전을 선택했다면 섣부른 판단인 것 같다.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하다 어느 순간 사라졌던 신재생에너지가 5년 만에 원전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겠다.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의 성과주의 ‘속전속결’ 정책 추진의 폐해는 이미 지난 정권에서 수없이 겪었다.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결과물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켜보고 좌절했던 새 정부가 왜 똑같은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국민을 이끌어 가는 대통령과 고위 정부 관리라면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신중함이 더 필요하다.

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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