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 수해 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서점표·김의자씨 부부. <김의자씨 제공> |
“한번 시작하면 그 재미에 중독되어 끊을 수가 없는 것이 봉사의 매력입니다.”
서점표(70·대구 동구 신암동)·김의자씨(62) 부부는 늘 활기가 넘친다. 지난달 21일 만난 이들 부부는 최근 청주 수해 복구 현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현장에 가보니 피곤하다는 말보다 마음이 짠했어요.”
김씨가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남편 덕분이다. 지인이 봉사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우리 집사람도 같이 봉사활동을 하면 어떠냐”고 부탁을 했다. 그때가 2000년 5월이었다. 그렇게 김씨는 새마을부녀회의 회원이 됐다. 첫 봉사는 구미 선산에서의 양파 수확이었다.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리 펼 시간조차 아까워하면서 일손을 도왔다. 신기하게도 돌아오는 발걸음은 고단함보다는 기쁨이었다.
이후 3년의 시간이 흘러 김씨는 부녀회장이라는 직책을 제안받았지만 거절을 했다. 아직은 좀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50만원을 찬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응원군이 되었고 결국 부녀회장을 맡았다. 2009년 김씨는 부녀회장 임기를 마침과 동시에 적십자 신암 5동 회장을 맡아 적십자에서 봉사하게 됐다.
김씨가 적십자 봉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던 2010년 남편 서씨도 적십자 봉사를 시작했다. 적십자 봉사자는 대부분 여성이어서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힘든 작업을 할 때 서씨가 큰 도움이 됐다. 지금 서씨의 봉사활동 시간은 3천500시간을, 김씨는 4천시간을 넘었다.
목욕 봉사·무료급식·바자회·제설작업·수해지구·톨게이트 동전모금 등 국내 봉사활동뿐 아니라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 해외 봉사활동까지 노란조끼가 가는 곳에는 어김없이 이들 부부가 있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달력에는 제일 먼저 적십자 스케줄이 기록된다. 해당 날에는 현재 이들 부부가 하고 있는 도배 일 주문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부부 누구도 불만이 없다.
여느 부부들은 함께 있으면 사소한 것에도 의견 대립이 있고 토닥토닥 싸운다고 하는데, 서씨 부부는 함께 있어야 신나고 활력이 생긴다. 이들 부부는 기억에 남는 봉사로 강원도 삼척의 제설작업 지원을 꼽았다. “어마어마한 눈을 허리 한번 펴지 않고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육신의 아픔보다는 마음이 더 아팠다”며 그 날을 회상했다.
서씨는 “봉사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특별한 활동이 절대 아닌 것을 확실히 느꼈다”며 “짧은 시간과 작은 노력만 있다면 소외된 이웃에게 큰 기쁨을 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봉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봉사가 아닌, 받는 사람이 원하는 봉사를 하겠다는 부부.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봉사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에서 봉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한가득 느껴진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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