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왜 국회개혁은 말하지 않나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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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01   |  발행일 2017-08-01 제30면   |  수정 2017-08-01
곳곳 개혁 바람 몰아쳐도
국회·정치개혁 미적미적
자성과 쇄신 없는 국회가
권한 더 갖는 改憲하기 전
먼저 특권부터 내려놓길
[화요진단] 왜 국회개혁은 말하지 않나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개혁 바람이 거세다. 검찰을 시작으로 권부 청와대의 개혁까지 온갖 명분의 개혁이 망라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청와대발 개혁 어젠다의 파장이 크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요소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다수 국민은 새 정부의 과감한 개혁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다. 모든 개혁이 청와대 중심으로 추진되는 데 대한 불안감도 있다. 앞으로도 청와대가 개혁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할 거라면 개혁의 과실에 대한 영광과 비난 역시 전적으로 질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 힘만으로는 개혁을 성공하기 힘들다. 개혁의 주체와 책임, 권한의 분산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개혁 과제에 벌써부터 사회 일각의 피로감, 반발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아직도 빠진 게 있다. 밀려든 개혁에 아무리 피로감이 쌓인다 해도 피해선 안 될 개혁과제가 있다. 정치개혁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항상 꼽히던 게 ‘후진적 정치행태’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국회개혁이고, 국회개혁은 의원특권 내려놓기에 맞닿아 있다. 개헌 논의도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참정권 확대가 주 대상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과감한 제안은 눈 씻고 봐도 없다. 국회의원의 지위와 역할, 권한에 대한 대수술 없이는 다른 모든 개혁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개혁 요요현상’처럼 결국은 다시 개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지 모른다. 새 정부의 개혁과제 대부분도 국회의 입법과 예산확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국회의 어깃장 놓기가 벌써부터 심상찮다.

개헌 논의가 어떤 결론을 맺을지 아직은 안갯속이다. 그런데 확실한 게 있다. 이번 개헌은 ‘국회 권한 강화’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내각제든, 4년 중임제든, 이원집정부제든, 결선투표제든,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이뤄진다. 국회 권한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일정한 세력의 정당이 다수 등장한다. 협치를 불가피하게 하는 다당제 구조는 정당과 국회의 힘을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정치를 둘러싼 모든 방향 지시등이 ‘국회 권한 강화’ 쪽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니 걱정이다. 국회는 낡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이들에게 권한이 쏠리게 됐으니 말이다. 쇄신에 인색한 국회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넘겨받아 그 막강한 권력을 정파들이 나눠먹는 사단이 생기게 놔둬선 안 된다.

국회가 대의제 원리에 충실하고, 권한을 남용하지 않게 제어하면서 국민주권적 정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국민소환제’ 도입이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위원, 헌법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까지 탄핵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 탄핵에 대한 내용은 없다. 법률이 정한 공무원만 탄핵 대상이다. 선출직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10년 전부터 ‘주민소환법’에 따라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이제 권한을 남용하고 국격을 심각히 훼손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국민이 직접 끌어내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다. 국회의원 권한이 커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면, 일반의 상식에 반하는 특권은 내려놓게 해야 한다. 금배지만 달면 누리게 된다는 100여 개의 특권을 일일이 열거할 생각은 없다. 한국의 국회의원 연봉은 세계 3위지만 경쟁력은 OECD 27개국 중 26위다(2015년 서울대). 일반기업에서도 특권은 많고 경쟁력 낮은 조직에 더 큰 권한을 주진 않는다. 권한을 주기 전 그 조직에 자성과 쇄신이 일어나도록 하는 게 순서다. 우리 국회도 다른 모든 개혁에 앞서 자성과 쇄신에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국민의 기대를 다시 한 번 받을 것이다. 낮은 지지율로 고민에 빠진 정당마다 혁신위를 가동하고 있다. 뾰족한 혁신의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의 팔을 과감히 자르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라면 국민의 마음이 움직일 법하다. 다른 정당도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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