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서양의 계몽시대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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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31   |  발행일 2017-07-31 제30면   |  수정 2017-09-05
루소와 칸트를 정점으로
서양이 앞서간 계몽시대
동시대 일본·중국과 달리
통상 관계도 없었던 조선
뒤늦은 근대화가 아쉽다
20170731

세계 문명사는 변천의 과정을 거친다. 동·서양이라는 지리적 명칭, 고대·중세·근대·현대란 시대적 표현까지 세계사의 용어들은 유럽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왜 세계는 유럽 중심주의며, 서양이 우위인지 하는 질문조차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중세 시대가 막을 내린 후 유럽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야 했다. 전쟁의 여파로 참담한 불행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반성할 기회를 가졌다. 사람은 현실의 필요에 따라 사상을 만들고 사회를 발전시킨다. 그리스의 과학적 사고방식이 유럽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후예들은 지식을 확장하고 개념을 명료화하기 시작했다.

1622년 영국에는 왕립학회가 설립되고 여기에 속한 지식인들은 광학렌즈를 사용해 현미경과 망원경을 만드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지구의 역사를 구분짓는 자연사 연구가 활발해지고 해부학 또한 크게 발전했다. 물리학의 발전은 금속 등의 물질을 대량으로 다루게 만들었다. 실용적인 발명이 뒤를 잇고 새로운 기계들이 등장하면서 결국은 근대 산업에 혁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자연과학의 발전뿐 아니라 17~18세기 내내 유럽의 지식과 지성은 끊임없이 확장된다.

과학의 시대에 필수적인 ‘명징한 사고’는 12~13세기에 이미 준비돼 있었다. 13세기에 로저 베이컨은 사람들을 향해 “무지한 세대”라고 꾸짖었다. 사람들을 무지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으로 권위에 대한 존경, 관습, 군중 심리, 허영과 자만으로 가득 차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는 네 가지 태도를 꼽았다.

지식이 성장하고 확장되는 데는 3세기가 더 흘러야 했다. 영국왕립학회의 회원이며 훗날 영국의 대법관이 된 프랜시스 베이컨은 ‘새로운 아틀란티스’에 과학적 연구 활동이 가져다 줄 미래의 꿈을 담았다. 16세기의 두드러진 발명은 소통과 통신에 관한 것이다. 인쇄용 종이와 대양을 항해하는 범선의 등장이다. 17세기에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출판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

계몽(啓蒙·enlightenment)은 미자각 상태로 잠들어 있는 인간에게 이성의 빛을 던져주고 편견이나 미망에서 빠져나오게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전서 : 과학·예술·기술에 관한 합리적 사전’이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고,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사회계약론’ ‘에밀’로 계몽사상은 최고조에 이른다. 프랑스공화국 헌법의 초안은 ‘사회계약론’을 모범으로 해서 작성됐다.

규칙적인 일과로도 유명한 임마누엘 칸트는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산책 시간을 놓쳤다고 한다. 서양 철학과 윤리학의 정점이자 완성으로 불리는 칸트는 계몽사상의 완성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하려는 결단을 통해 오류와 편견을 제거하라.” 칸트는 유럽 계몽주의에 변혁을 일으켰다. 칸트는 도덕성의 원천을 신의 무한성에 기대지 않고 인간의 타고난 이성과 선한 의지, 즉 착한 마음씨에 두었다. 노후 저작인 ‘영구평화론’에서는 세계평화를 위한 조항을, ‘도덕론’에서는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며 목적이어야 한다는 인간 존엄성을 강조한다. ‘인간학’에서는 인간을 ‘세계 시민’으로 규정하면서 자기의 원칙을 만드는 자유로운 주체로 간주했다. 계몽주의의 제1의 사상은 상호 인정과 관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성이 있기에 근본적으로 똑같이 귀중한 존재이며, 아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도록 이성적으로 일깨워져야 한다. 관용·이성·인도주의 세 가지의 주요 신조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서양의 저술가들은 계몽시대를 서양이 지대한 격차로 앞서 나간 시기로 본다. 조선 후기는 서양과의 외교관계는 물론이고 통상관계도 맺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일본이나 중국과 달랐다. 우리에게는 뒤늦은 근대화는 있었지만 계몽시대는 없었다. 오랜 전통인 유학의 예법은 남아있는지 주위를 한 번 돌아보자. 박소경 (호산대 총장)조진범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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