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군함도·송 투 송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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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8   |  발행일 2017-07-28 제42면   |  수정 2017-09-05
하나 그리고 둘

군함도
지옥섬에 끌려간 조선인들의 탈출기


20170728

류승완의 영화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할 무게감이 있다. 그것은 200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진 순제작비의 무게보다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군함도’를 보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의 전작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4개의 단편을 모아 개봉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가 독립영화로서 유례없는 주목을 받은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주먹이 운다’(2005) 등을 거쳐 ‘베를린’(2012), ‘베테랑’(2015)에 이르기까지 근 20년 동안 류승완은 평단과 극장가 양쪽에서 큰 부침 없이 작업해온 손에 꼽히는 감독이다. 성실함과 근성을 바탕으로 한 재능은 시원한 액션, 감칠맛 나는 대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표출돼 관객들의 꾸준한 호응을 얻어왔다. 1천3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베테랑’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군함도’는 과연 엄청난 압력에도 좌초하지 않고 이 더운 여름을 식혀줄 수 있을 것인가.


‘베테랑’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제작비 200여억원…정교한 세트 등 시각적 만족도↑
쟁쟁한 배우 열연에도 캐릭터 간 응집력 부족 아쉬워



근 몇 달간 한국 상업영화 대부분이 부쩍 높아진 제작비에 대비해 저조한 흥행 기록을 남겼을 뿐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군함도’의 프로덕션은 빛난다. 비쩍 마른 인부들이 탄광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흑백의 스크린에 가둬놓은 첫 장면은 금방 숨을 죽이게 만들고 탄광 안 사고 장면의 긴장감, 종반부 전투신의 치열함은 압도적이다. 거대하고도 정교하게 제작된 세트는 서사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톤을 달리 하며 분위기를 바꿔 나가고, 그 안에서 인물과 카메라는 자유롭게 자기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액션신에서는 감독의 장기가 두드러지는데, 특히 두 인물이 목욕탕에서 맨 몸으로 싸우는 장면에서는 바닥의 미끄러운 질감과 목욕탕의 구조까지 잘 반영된 훌륭한 액션을 선보인다. 역대급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만큼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다.

표면적으로 성취한 것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류승완이기에 간과하기 어려운 아쉬움들이 있다. 개봉 전부터 일각에서는 영화가 오욕의 역사를 다루며 과잉된 애국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1940년대 군함도에서 우리 민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권을 유린했던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으므로 자연히 분노와 슬픔을 유발한다. 그에 대항해 조선인들이 대형 욱일기 한가운데를 완전히 갈라 군함도 탈출의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은 자극적인 만큼 쾌감도 크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에서 이런 지점은 큰 허물이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군함도’는 태생적으로 뜨거운 영화다.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장르의 클리셰를 배제하고 독자적인 형식을 구축한 차가운 전쟁영화와는 출발선이 완전히 다르다.

문제는 오히려 영화의 높은 온도가 관객들의 가슴까지 달구지는 못한다는데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요인은 응집력 없이 흩어지는 캐릭터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를 중심으로 종로 건달인 ‘최칠성’(소지섭), 위안부로 끌려온 ‘오말년’(이정현), 광복군 소속 요원 ‘무영’(송중기) 등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그런데 이들이 만나서 부대끼며 탈출하기까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 디테일이 결여되어 있다. 강옥 부녀만이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끈끈함을 보여줄 뿐, 이들과 무영 사이에 오가는 우정은 어쩐지 트릿하고, 오말년과 최칠성이 느끼는 연정 또한 어색하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어이가 없네” 등 인상적인 대사를 남겼던 전작과 비교할 때 대사가 지나치게 평이하다는 점 또한 캐릭터의 응집력 부족과 함께 각본상의 결핍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 이후, 류승완이 넘어서야 할 것은 오로지 류승완 자신이라는 평을 한 적이 있다. ‘군함도’ 한 편으로 그 성취도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쯤 다음 연출작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관객들은 기꺼이 기다릴 것이고, 그는 쉬지 않고 다음 영화를 구상할 것이라는 점이다. (장르: 액션,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송 투 송
음악으로 얽힌 네 남녀의 러브스토리


20170728

‘라이언 고슬링’ ‘루니 마라’ ‘마이클 패스벤더’ ‘나탈리 포트만’ ‘발 킬머’ ‘케이트 윈슬렛’을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발 킬머나 케이트 윈슬렛의 비중이 아주 작은 경우라면 확률은 더욱 적어진다. 그러나 이 멋진 배우들의 조합을 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거장, ‘테렌스 맬릭’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는 즐거움의 일부에 불과하다. ‘송 투 송’은 네 남녀의 일과 사랑, 이별과 재회를 그린 작품으로 우리가 인생에서 느끼는 거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하나의 상황은 여러 개의 가지를 쳐 나가고, 그 가지들은 또 곁가지를 만들어 풍성한 한 그루의 나무를 완성시킨다. 가령,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될 수 있는 연인, 친구, 가족 등의 여러 관계들을 등장시킨 후, 다시 각각의 관계가 담고 있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펼쳐놓는 식이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인물들의 변화무쌍한 감정에 공감하다 보면 오히려 인생을 관조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자라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巨匠 테렌스 맬릭 감독이 담아낸 인간의 내밀한 감정
라이언 고슬링·루니 마라 등 굵직한 배우들 총출동
‘3회연속 오스카 영예’ 엠마누엘 루베즈키標 영상 일품



뮤직비디오처럼 분절된 커트로 연결시킨 감각적인 영상임에도 그 문법에 익숙해지는 순간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감독 특유의 화법이 돋보인다. 여기에는 ‘레버넌트’(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버드맨’(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 등으로 3회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이 있다. 조명없이 일광만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고 핸드 헬드로 역동성을 살린 방식이 다큐멘터리의 맛을 내준다. 짧게 지나가는 샷에도 진부함이 없는 독창적 앵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상, 음악, 연기, 주제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아름다운 작품이다. (장르: 멜로,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28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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