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통의 맥 잇자”…안동포·무삼 길쌈 기능인력 양성에 ‘온 힘’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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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7   |  발행일 2017-07-27 제12면   |  수정 2017-07-27
안동시, 안동포 명성 되찾기 안간힘
올해 안동포·무삼 합해 30명 모집
직조 기능전수자들 직접 참여해
모든 과정 걸쳐 이론과 실습교육
생산과 상품개발·판매 등 유도
20170727
정복영 안동포짜기 전수조교가 교육생들에게 삼베 올을 연결하는 삼삼기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안동 고유의 전통 특산물인 안동포가 뛰어난 기능성과 실용성에도 불구하고 직조기술 보전 및 계승의 어려움으로 고사위기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이 노령화되는 데 반해 새로운 인력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안동포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동시는 안동포 및 무삼 길쌈인력 양성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여성일자리 창출

안동시는 도·시비 등 1억6천만원을 들여 지난 3월부터 연말까지 36주에 걸쳐 임하면 안동포전시관에서 안동포(10명) 및 무삼(20명) 인력 양성 교육을 진행 중이다. 30명의 여성은 동안동농협이 진행하는 전통 안동포 및 무삼짜기 전 과정에 걸친 이론 및 단계별 전문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생이 안동포짜기 기능전수자, 전수조교 및 이수자로부터 전문 실습교육을 받게 되면 이들은 즉시 안동포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 농가 부업형태의 가내수공업으로 진행되는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안동포 및 무삼 길쌈기술 특화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은 물론 길쌈기술의 전승·보전도 가능하게 된다.

교육과정을 거친 이수자가 전문인력으로 양성되면 안동포의 전통 생산기술이 계승 발전되는 것은 물론, 여성 유휴인력의 일자리도 창출된다. 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여러 가지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여기에다 이수자를 대상으로 생산·창업 유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이들이 창업하면 생산제품을 수매함으로써 안동포 생산 확대와 산업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인력양성→상품개발·판매→산업기반 확충’으로 이어지는 안동포 관련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김문년 안동시 한방산업팀장은 “새 천년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안동포와 무삼 길쌈기술 양성교육, 무삼을 활용한 규방공예품 개발 및 전시회 개최, 안동포 직녀 베틀방 행사, 안동포 패션쇼 등 다양한 시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전수조교·이수자 등이 직접 교육

인력 양성과정은 전통삼베 직조 기능전수자가 직접 참여한다. 교육생은 길쌈의 기초 및 생냉이의 의미를 이해한 뒤 대마 삼톱을 이용해 삼 껍질을 벗겨내고, 훑어내는 과정을 먼저 배운다. 안동포의 빛깔과 견고성 과정에서는 건조대에서 삼의 겉껍질을 긁어 버리고 올을 만드는 계추리, 올을 볕에 쬐거나 약품을 써서 희게 만드는 바래기를 실습한다.

안동포의 새수(새는 삼베 올의 굵기)와 씨실(가로)·날실(세로)을 이해하고, 베틀에 앉아 안동포를 짤 때 일정한 수의 날실을 적당한 길이로 늘여서 끊어 베틀에 거는 베 날기 기술을 배운다. 이어 날실 표면에 풀을 먹이는 베 매기 과정을 거친다.

전통 길쌈에서는 베틀에 올릴 삼베 올을 짜기 좋게 날 올의 표면에 풀을 먹여서 베를 짠다. 겉보리를 볶아 만든 가루와 좁쌀·메밀 껍질을 섞어서 풀을 쑤고 거기에 된장을 풀어서 사용한다. 된장을 사용하는 것은 된장 속의 염분이 습기를 흡수해 올이 지나치게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콩의 지방분이 올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어 보푸라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다음 과정은 전수조교 및 이수자 지도 아래 교육생이 베틀에 앉아 직접 안동포를 짜고, 짜낸 안동포를 고운 색깔이 나도록 세척한다. 이어 베의 빛깔을 곱게 하고 감촉을 부드럽게 하려고 표백을 하는 상괴과정을 거친다. ‘빛낸다’ ‘색낸다’라고도 하는 상괴는 잿물 또는 양잿물로 표백을 하고 치자 물로 색을 내는 것이다. 막 짜여 베틀에서 내려온 안동포는 빛깔이 검붉은 편인데 상괴과정을 거치고 나면 안동포 고유의 연한 노란색이 돌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안동포는 수의 등 다양한 옷감으로 사용된다.

◆안동여인이 정성껏 만든 수제품

안동포는 제품 생산과정에 화학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상태로 정성을 들여 탄탄하게 짜낸 무공해 천연 섬유직물이다. 땀이 빨리 흡수되고 빨리 건조되는 데다 열전도성이 커서 시원한 느낌이 좋다. 작은 바람도 받아들일 정도로 통풍이 잘되는 것이 특징이다. 올이 곱고 빛깔이 아름다우며 까슬까슬하고 시원한 촉감을 가진 여름철 최고의 옷감으로 손꼽힌다.

마찰에 대한 내구성이 커서 질기고 수명이 길다. 물에 대한 강도가 커서 세탁 때 손상이 적어 오래 입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1천년을 두어도 변질되지 않고 좀이 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형태 변화가 거의 없을 정도로 고밀도 특성을 지닌다. 빛깔이 곱고 윤기가 있어 외관상으로도 우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동 여인들이 정숙하고 엄격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정성껏 만든 정교한 수제품인 셈이다.

이승에서 실컷 못 입어 저승까지 입고 가는 것이 바로 안동포라는 말이 있다. 수의로 가장 인기가 높다. 상가(喪家)에서 장례를 앞두고 급하게 수의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한 부모를 위해 마련하는 것이 수의(壽衣)다. 특히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부모가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에 안동포 생산지역은 윤달(양력 6월24일∼7월22일)을 맞아 특수를 누렸다.

윤달에 미리 수의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많아 올해 7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안동포 판매량(약 1억7천만원)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특히 부모에게 더 좋은 수의를 마련해 주려는 사람이 많아 한 벌에 1천만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9새(삼베 올 굵기) 수의 수요도 증가했다.

글·사진=안동 이두영기자 vic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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