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트랜스포머 삼성 라이온즈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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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6   |  발행일 2017-07-26 제30면   |  수정 2017-07-26
이강철·김동수·심정수 등등
한때 FA시장 큰손이던 삼성
선수 발굴·육성 시스템 집중
한국시리즈 4연패의 금자탑
다시 강력한 팀 변신 담금질
[동대구로에서] 트랜스포머 삼성 라이온즈

우리나라 프로야구판을 보면 ‘쩐의 전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 중심에 FA 선수들이 있다. 스토브리그 때만 되면 KBO 구단 대부분은 대어급 FA 선수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수요가 많다보니 대어급 FA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당연히 돈방석에 앉는다. 여기다 팀을 골라 계약하는 덤까지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FA제도가 도입된 때는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스토브리그다. 그때 최고액의 주인공은 이강철과 김동수였다. 계약 조건은 3년에 총액 8억원씩이었다. 이들과 계약한 팀은 삼성이다. 100억원 넘어선 지금과 비교하면 적어 보이는 액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때 서울 양천구 목동의 111㎡ 현대1차 아파트가 1억7천만원대였다. 현재 이 아파트의 거래가는 8억원을 훨씬 넘는다.

삼성은 2004년 시즌 이후 FA시장에 나온 심정수를 또다시 당시 최고액인 4년 60억원을 주고 데려왔다. 심정수와 동행한 박진만에겐 39억원(4년)을 건넸다. 이때부터 야구팬들 사이에서 삼성을 ‘돈성’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돈으로 우승을 사려 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은 심정수, 박진만을 마지막으로 외부 FA 영입 시장에서 발을 뺐다. 2005년과 2006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FA선수들이 받은 돈만큼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은 선수 자체 육성 쪽으로 전략을 새롭게 짰다. 신인 때 발굴한 선수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르쳤다. 이들이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을 최첨단으로 꾸몄다. 배영수, 오승환, 권오준, 정현욱, 윤성환, 안지만, 권혁, 박한이, 채태인, 박석민, 최형우, 김상수, 박해민, 배영섭, 조동찬…. 이 전략을 통해 만들어진 선수들을 대충 언급해도 이 정도다.

이 선수들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리그 5연패와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전대미문의 업적을 일궈내는 주역이 됐다.

지난 10여년간 삼성의 ‘선수 수급 히스토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기자의 짧은 생각을 드러내자면 한국 프로야구판에서는 고액의 선수 영입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웅변해 주는 듯하다.

한 달 보름 전쯤 만난 삼성 관계자의 말도 기자의 생각에 힘을 보탠다. “삼성이 돈이 없어 못하는 게 아니잖아요?”

한국 프로야구에서 삼성의 사례가 특정 팀에 국한되지 않았다.

SK와이번스가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010년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 주요 멤버들은 신인 때부터 그 팀에 몸담았던 선수들이다.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었던 FA선수는 없다.

2015년과 2016년에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두산베어스 역시 FA시장에서 선수를 데려오기보다 스스로 발굴하고 키우는, ‘화수분 시스템’에 집중했다.

이와는 달리 수년간 FA시장에서 돈질을 했던 몇몇 구단들은 포스트 시즌 진출은 고사하고 여전히 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올 시즌에는 KIA가 예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지난해와 올해의 삼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는 수년간 이어진 황금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 아닌 착각 때문에 기존 전략 추진에 머뭇거렸다.

올해는 다르다. 강력한 팀으로 부활하기 위해 변신 중이다. 폭풍 성장의 여지가 많은, 젊은 선수들을 뼈대로 한다. 거품을 걷어내고 적정 수준으로 데려온 FA와 외국인 선수를 살로 붙인다.

유선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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