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 세계선수권 개인혼영 6위…한국 여자수영史 다시 썼다

  • 유선태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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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6   |  발행일 2017-07-26 제25면   |  수정 2017-07-26
女 200m 결승 2분10초40 기록
준결승선 한국新 2분09초86
평영 보완땐 메달가능성 충분
김서영 세계선수권 개인혼영 6위…한국 여자수영史 다시 썼다
김서영이 2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10초40의 기록으로 6위를 차지했다. 김서영은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개인혼영 결승에 진출, 한국 수영사를 새로 썼다. 김서영이 24일 준결승에서 역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북도청 소속 김서영(23)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인혼영 종목에서 6위에 올랐다.

김서영은 25일 오전(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10초40에 레이스를 마쳐 8명 중 6위를 차지했다.

김서영은 예선에서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틴카 호스주(헝가리)와 경쟁을 펼치며 2분11초33를 기록, 전체 7위로 준결선에 진출했다.

준결선에서 2분09초86로 역영, 자신의 종전 한국신기록(2분10초23)을 0.37초 앞당기며 전체순위 5위로 결승에 올랐다. 개인혼영에서 결승 진출을 이룬 한국 선수는 남녀를 통틀어 김서영이 처음이다.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승 출발대에 선 김서영은 2번 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첫 접영 50m 구간을 27초94의 기록으로 7위로 돈 김서영은 자신의 강세 종목인 배영 구간에서 32초53의 랩타임으로 3위까지 치고 나가 메달 기대를 품게 했다.

이후 취약 종목인 평영으로 헤엄치는 100∼150m 구간에서 역시나 38초90으로 페이스가 주춤하면서 7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마지막 자유형 50m 구간에서 힘을 내 순위를 하나 끌어올리고 터치패드를 찍었다.

◆현실에 가까워진 여자수영 메이저대회 메달 획득

김서영의 선전으로 꿈만 같았던 여자 수영의 메이저 대회 메달 획득이 현실에 가까워졌다.

김서영이 출전한 개인혼영 200m는 한 선수가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의 순서로 50m씩 헤엄쳐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모든 영법에 능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개인혼영은 ‘수영의 꽃’ ‘수영의 완성’ 등으로 불린다.

아직 김서영과 세계정상과는 격차가 있다. 우승을 차지한 ‘헝가리의 철녀’ 카틴카 호스주가 자신이 가진 세계기록(2분06초12)에는 못 미친 2분07초00을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일본의 오하시 유이도 2분07초대(2분07초91)에 레이스를 끝냈다. 하지만 3위를 차지한 미국의 매디신 콕스(2분09초71)와 김서영은 0.69초 차다.

김서영의 결승 기록은 준결승 때보다 처졌다. 하지만 자신의 강세 종목인 두 번째 50m의 배영 구간에서는 3위까지 치고 나가며 메달 기대를 품게 했다.

취약 종목 평영만 좀 더 가다듬는다면 배영과 자유형에서 자신을 보이는 김서영도 머지않아 메이저대회 시상대 위에 서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서영은 부다페스트로 떠나기 전인 지난 4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록에 집중하면 자연히 (기록이) 당겨진다”며 “지난해 말부터 많은 기대와 응원을 보내주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 선수로서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고 결국 그 약속을 지켰다.

김서영을 지도하고 있는 김인균 경북도청 수영팀 감독은 “이번 대회는 김서영에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첫 세계선수권이었다. 이틀 만에 결승까지 치르는 경기방식의 경험이 부족했고, 평영의 경기력이 부족했다”며 “아쉽지만 이번 경기를 바탕으로 개인혼영 400m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타고난 수영소녀 김서영

수원에서 태어난 김서영이 처음으로 물과 만난 건 다섯살 때. 어머니가 학원에 보내듯 수영장에 보낸 것이 김서영 수영 인생의 출발이었다.

이후 수영클럽 상급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수영선수 생활을 했고 경기체고를 거쳐 실업팀인 경북도청팀에 입단했다.

김서영은 지난 1년 새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6년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리우올림픽이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김서영은 개인혼영 200m 예선전에서 2분11초75의 기록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두번째 출전한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김서영의 독주는 매서웠다. 리우올림픽 두 달여 뒤 열린 전국체전에서 한국신기록을 4개나 갈아치웠고,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면서 대회 최우수 선수가 됐다. 지난 5월 김천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개인혼영 400m(4분35초93)와 배영 200m(2분11초12)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수영계는 김서영에게 ‘인어공주’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그녀의 키는 163㎝다. 발 크기는 235㎜다. 주종목인 혼영 부문의 세계랭킹 상위 선수들은 대개 김서영보다 키는 약 20㎝, 발은 40~50㎜ 정도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서영이 우뚝 선 건 ‘타고난 수영선수’이기 때문이다. 물을 잘 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물의 저항을 덜 받고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는 뜻이다. 부력이 좋다. 악바리 기질도 있다.

혼영에서 좋은 기록을 내는 건 김서영의 타고난 기술 습득력 덕이다. 이지선 트레이닝 코치는 “운동을 가르칠 때 기술 배우기를 상당히 어려워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서영이는 명석한 스타일이다. 금방금방 알아채고, 영법을 몸으로 익힌다. 어떤 선수들을 보면 힘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 쭉쭉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서영이가 바로 그런 선수”라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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