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젖은 자율방법대원 9명…삼복더위에 연탄배달 봉사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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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6   |  발행일 2017-07-26 제14면   |  수정 2017-07-26
신천4동 주민센터 기부물품
관내 저소득 가구에 전해
20170726
지난 13일 대구시 동구 신천4동 자율방범대원들이 신천4동의 한 주택가에서 연탄을 옮기고 있다. <정순자 복지팀장 제공>

“연탄이 필요한 사람 있으면 가져가세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달 초 대구시 동구 신천4동 주민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근 건물 구조변경 현장인데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는 연탄 350장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정순자 신천4동 주민센터 복지팀장은 난방용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저소득 가구에 지원할 생각으로 이들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정 팀장은 ‘대프리카’라고 불릴 만큼 무더운 대구의 더위에 당장 연탄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앞섰다. 주민센터에는 연탄을 옮길 차량이나 인력도 없고, 연탄을 무너지지 않게 옮기려면 나름의 기술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정 팀장은 이전우 신천4동 자율방범대 청년회장(49)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방범대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배달을 약속했다. 9명의 회원이 동참하기로 했고, 차량은 꽃집을 운영하는 회원의 봉고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 배달 시간은 회원들이 퇴근하는 저녁으로 정했고, 형편이 어려운 두 가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화분과 화환을 싣는 차량은 연탄배달을 위해 비닐 등으로 단단히 무장(?)을 했다.

지난 13일 오후 8시 연탄을 옮길 대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 팀장 등 주민센터 직원 2명도 퇴근을 미루고 합류했다. 연탄을 옮기는 과정에는 방범등 불빛으로는 부족해 스마트폰 손전등도 동원됐다. 배달할 가구가 외진 곳에 위치한 탓에 방범대원들은 일렬로 서서 손에서 손으로 옮겼다. 후끈한 창고에서는 연탄이 행여 무너질세라 한장 한장 정성 들여 쌓는 작업이 반복됐다.

작열하는 태양은 없지만 열대야 때문에 연탄 운반은 만만치 않았다. 대원들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누구 하나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2시간여. 배달을 마친 대원들은 “수고했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얼굴은 어느새 코와 뺨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연탄가루가 곳곳에 묻어있었고 마주 본 대원들은 한바탕 큰 웃음을 터트렸다.

이 회장은 “삼복더위에 배달된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가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며 얼굴을 타고 내리는 땀을 손으로 훔쳐냈다. 대원들 역시 “온몸을 적시는 땀방울보다 더 많은 기쁨을 맛보고 행복을 누린 시간”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렇게 배달된 연탄은 새로운 곳에서 추운 겨울의 따뜻한 동행을 약속하는 듯 보였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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