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산 못잊어 돌아온 반달곰

  • 박현주
  • |
  • 입력 2017-07-26 07:18  |  수정 2017-07-26 07:18  |  발행일 2017-07-26 제2면
지리산 재방사 일주일만에 떠나
교각아래 하천·터널위 산 이용
2개 고속道 건너며 영리함 발휘
환경부, 수도산 서식지 논의예정
20170726
지리산에서 닷새를 이동해 김천 수도산으로 돌아온 반달가슴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김천 수도산에 나타났다가 포획돼 서식지인 지리산으로 돌아갔던 반달가슴곰이 또다시 수도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곰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의해 포획돼 다시 지리산으로 이송됐다. 공단은 지난 24일 수도산에 설치한 포획틀에 갇힌 반달가슴곰을 지리산국립공원 자연적응훈련장으로 옮겼다고 25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15일 수도산에서 1차 포획된 반달가슴곰(수컷, KM-53)은 지리산국립공원 자연적응훈련장에서 ‘사람 기피’ 훈련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 6일 지리산에 재방사됐다. 그러나 곰은 재방사 일주일째 되는 날 다시 지리산을 떠나 수도산을 향했다.

경남 함양·거창 등지를 거쳐 수도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곰은 특유의 조심성과 영리함을 보였던 것으로 관찰됐다.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주로 산줄기를 따라 이동했으며, 어쩌다 보이는 민가는 멀찌감치 비켜가는 등 철저하게 사람을 피했다. 또 앞길을 가로막는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통과할 때는 교각 아래 흐르는 하천을 이용해 수심이 얕은 곳을 찾아 재빠르게 건너고, 광주~대구고속도로는 터널 위 산을 이용함으로써 도로를 건너는 위험을 피했다.

산딸기, 다래, 층층나무열매 등 주로 나무열매를 따먹으며 이동한 곰은 잠자는 시간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영리함을 발휘했다. 차량 통행이 빈번한 낮 시간 국도 등 횡단해야 할 도로와 맞닥뜨리면 바로 건너지 않고, 부근의 숲에 은신해 잠을 자다가 주위가 어두워지고 도로가 한산해진 다음에 건넜던 것. 구조물 등 주변 환경을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곰은 이처럼 특유의 생존 방식을 통해 90㎞를 이동해 지리산을 떠난 지 닷새 만에 수도산으로 돌아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발 1천300m인 수도산은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높이이며, 먹이환경도 좋은 상태다. 이를 감안할 때 곰은 수도산을 최종 목적지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문광선 복원기술부장은 “KM-53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로 학습효과가 뛰어난 시기”라며 “지난번엔 먹이를 따라 수도산까지만 갔을 수도 있고, 이미 여러번 수도산에 갔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조만간 수도산 일대를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로 삼는 문제를 놓고 김천에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김천=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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