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물 옥상을 농장이나 텃밭으로 활용하는 이유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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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  발행일 2017-07-25 제31면   |  수정 2017-09-05

폭염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건물 옥상을 농장이나 텃밭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 건물 옥상 농장의 성공사례가 소개되고 있고, 관련 기고들이 잇따라 실리고 있다. 건물 옥상의 농장화·텃밭화 제안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서울 은평구나 충북 청주시 등 일부 지자체가 오래전부터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건물 옥상가꾸기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도 수성구의회에서 건물 옥상을 도시농업 터전으로 삼자는 제안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건물주의 의지부족 등 여러 이유로 소극적인 게 현실이다. 그러다 최근 대구 지상철 3호선의 개통으로 방치된 도심 건물 옥상이 노출되자 옥상의 녹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더운 여름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킬 대안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옥상에 각종 식물을 기를 경우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을 식물 잎과 줄기가 덮어 녹지공간이 많아지면 열기를 차단하는 효과를 얻는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하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시민들은 식물을 키우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자립심과 인성을 키우는 데 도움도 된다. 관련 지식을 갖춘 뒤 전문 설비를 하고 재배 규모를 크게 할 경우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대구시는 건물 옥상 농업화를 위해 올해 예산 3억원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 일정 면적 이상의 옥상에 흙을 넣고 방수설비하고 구조진단하는 등 옥상농장 설치비용의 80%를 지원해 준다. 건당 최대 3천500만원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옥상의 농장화 지원 실적은 지난해 9건, 올해 2건 등 지금까지 모두 21건에 불과하다. 또한 예산 6억원으로 매년 9월 대구자연과학고에서 도시농업박람회도 열고 있다. 대구시의 이런 노력으로 옥상을 텃밭으로 만들어 상추·쑥갓 등 채소를 조달하는 시민이 차츰 늘고 있다. 하지만 옥상에 농사를 지으려면 힘들고 비용도 들어 번거롭다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다. 대형 농장이나 전문적인 설비를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건물주의 옥상 농사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건물 옥상 농업의 필요성과 장점을 홍보하고,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등 옥상농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옥상 농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등 관련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 공공건물부터 먼저 시범을 보이고 차츰 민간으로 확대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조정래  jjcom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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