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 성인 돼서도 비만일 확률 80% 이상”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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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07:44  |  수정 2017-07-25 07:45  |  발행일 2017-07-25 제21면
■ 동국대 경주한방병원의 한의학 이야기-소아비만
20170725

영양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던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가 있었다. 포동포동 살찐 아이는 ‘장군감’이라며 어르신들이 좋아했다. 그리고 요즘도 ‘아이 때 뚱뚱한 것은 괜찮아, 지금 찐 살은 모두 키로 간다’며 소아비만은 전혀 걱정할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초등학생 가운데 비만비율은 14.7%(2015년 기준)에 이른다. 고도비만 유병률이 2년 사이 4배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소아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아비만은 이제 건강의 상징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성인비만보다 더욱 위험한 질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위험한 이유
2형 당뇨병 위험도 4배 ↑
성조숙증 원인, 성장 방해
자존감 결여…사회성 저하

치료
체지방률·목표 체중 진단
식습관·운동 등 생활 관리
부모 관심·격려 가장 중요

소아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첫째, 성인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후의 비만은 지방 세포 수가 증가하지 않고 세포의 크기만 커지지만, 소아시기의 비만은 지방 세포 수와 크기가 모두 증가한다. 지방세포의 크기는 작게 만들 수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지방세포를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즉 소아시기에 비만으로 과도하게 생성된 지방세포는 성인이 됐을 때도 이어져, 성인 비만으로 연결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아비만이었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일 확률이 80% 이상이다.

둘째, 소아비만은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된다.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 고혈압 같은 각종 비만 관련 대사증후군의 위험률이 높아지게 되는데, 소아비만이 성인이 되었을 때 2형 당뇨병의 위험도를 4배나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되기도 했다.

셋째,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의 원인이 되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한다. 2차 성징이 빨리 올수록 성장판은 일찍 닫히게 된다. “살을 빼면 오히려 키가 크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키 성장을 위해 적정선으로 비만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소아비만은 아이의 자존감을 저하시킨다. 아이는 자신감과 사회성을 점차 잃게 되고 자존감의 결여로 교우관계뿐만 아니라 학습에서도 의욕을 잃게 만든다.

그럼 내 아이가 살찌게 된, 비만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나’ 때문이다. 부모의 유전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부모의 식습관 및 생활습관이 아이에게 그대로 물려지게 된다. 부모 모두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일 가능성이 70~80%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맞벌이 가정 및 조손 가정에서 비만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내 아이의 비만에는 부모의 관심과 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그럼 소아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소아는 연령에 따라 비만도의 기준이 다르므로, 성인 비만보다 진단을 더욱 정확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우선 아이의 비만이 의심된다면,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하게 아이의 비만도, 체지방률 및 목표 체중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식습관과 운동습관 등 생활의 전반적인 요소들을 점검하고 수정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아비만의 원인은 상당부분 부모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일방적인 조절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생활 습관을 바꾸고, 부모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부모의 애정이 듬뿍 담긴 격려와 지지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군것질을 왜 했냐, 오늘 운동은 왜 안하냐”고 잔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칭찬과 격려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소아비만 치료는 성인비만 치료보다 훨씬 까다롭다. 비만치료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방에서는 체질, 비만 유형 및 아이의 기혈상태에 따른 약물 치료를 통해 비만 감소뿐만 아니라 성장 촉진, 면역력 증강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비만으로 병원을 방문한 아이가 마음까지 위축되어 진료실에서 한의사의 눈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치료 후 건강해진 모습으로 의료진과 눈을 마주하며, 생기 넘치는 웃음을 보이면,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에너지까지 채워진 것 같아 의료진의 기분도 좋아진다. 여름 방학을 맞아 아이의 체중과 성장이 걱정되는 부모라면 정확한 진단과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적인 치료로 내 아이의 몸과 마음의 키를 키워주길 바란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한방재활의학과 송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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