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에 갇힌 밀입국자들…78℃ 폭염에 뇌손상·질식死

  • 입력 2017-07-25 07:38  |  수정 2017-07-25 07:38  |  발행일 2017-07-25 제13면
■ 美 텍사스서 9명 참사
美-멕시코 국경문턱 높아지자
위험 무릅쓴 밀입국 시도 늘어
트레일러에 갇힌 밀입국자들…78℃ 폭염에 뇌손상·질식死
23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월마트 주차장에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트레일러를 경찰들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또다시 밀입국자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의 월마트 주차장에 있던 트레일러에서 9명의 사망자와 30명에 가까운 부상자(10여명은 중태)가 나온 이번 참사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2003년 5월 텍사스 남부에서 휴스턴으로 가던 트레일러에 탄 멕시코와 중미 출신 밀입국자 100여명 가운데 19명이 숨진 적이 있었다.

당시 뜨거운 트레일러에 갇혀 호흡 곤란을 겪던 탑승자들이 차벽을 두드리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검문을 두려워한 미국인 운전사가 트레일러를 떼어놓고 트럭만 몰고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멕시코 베라크루스주(州)에서 55명의 불법이민자를 싣고 미국국경을 넘으려던 트럭에서 4명이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참사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최근 계속된 폭염과 차량 내부의 환경이다.

샌안토니오 사건 현장에 출동한 찰스 후드 소방국장은 희생자들의 시신이 “너무 뜨거웠다"고 전했다.

사건이 벌어진 22일 샌안토니오의 최고 기온은 38℃까지 올라갔는데 이 경우 주차된 차의 내부 온도는 10분 만에 49℃가 된다고 새너제이 주립대 잰 눌 교수가 밝혔다. 같은 조건에서 차 내부 온도는 주차 20분 뒤 54℃까지 도달한다.

텍사스 오스틴대학의 한 전문가는 전체가 금속 소재로 이뤄진 트레일러 구조로 볼 때 차량 내 온도가 78℃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릭 어니스트 네브래스카 대학병원 조교수도 AP에 “그런 온도를 견디는 것은 위험하다"며 “인체가 견디기에는 너무 가혹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불법 밀입국자들은 탈수, 뇌손상, 질식 등의 증상에 시달리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단 참사의 위험에도 대형 트레일러나 트럭을 밀입국자 수송에 사용하는 것은 많은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거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도시로 가려는 불법 이민자들을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실어야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불법이민 알선조직의 계산이다.

존 켈리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불법이민 알선자들은 인간의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미-멕시코 국경의 문턱을 높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위험을 무릅쓴 밀입국 시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컨설팅업체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해진 국경 보안 정책은 이민자들이 더 위험한 밀입국 방법을 감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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