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공개경쟁 재계약 시험…통과해도 연봉은 다시 1년차”…‘고용 사각지대’ 임기제 공무원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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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07:26  |  수정 2017-07-25 07:28  |  발행일 2017-07-25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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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가운데 임기제 공무원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사자들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 설명회 모습. 연합뉴스

#1.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때 느꼈어요. ‘아, 내가 엄청난 사각지대에 놓여있구나.’”

4년여 전 지역 관공서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한 A씨. 전문분야를 살리면서 공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지원했다. 5년마다 재임용 시험을 쳐야 한다는 점이 거슬렸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스스로 열심히 일하면 고용불안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문 분야를 살릴 수 있는 건 좋은데 일상이 너무 불안한 거예요. 간당간당 목숨 붙잡고 살아가는 느낌이에요. 조직의 건전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필요한 건 다 빼가고 쓸모없어지면 버리는 거죠.”

#2. 10여 년째 지역 임기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B씨. 두 번의 공개경쟁시험을 통과해 재임용됐다. 연차는 해마다 늘어갔지만 연봉은 5년마다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했다. “시험 통과 후 재계약을 맺을 때마다 연봉이 리셋돼요. 5년 동안 매년 임금이 오르다가 재계약을 맺으면 다시 뚝 떨어져버리는 거예요. 근무 연차를 따지면 오히려 깎이는 셈이죠. 내 경력은 10년이 넘었는데, 연봉은 계약할 때마다 1년차인 거예요. 씁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임기제 공무원은 말 그대로 임기를 정해 일정 기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들이다. 통상 일반행정 공무원이 맡기 힘든 전문지식·기술 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한다. 세부적으로 일반임기제, 시간선택임기제, 한시임기제 등으로 나뉜다.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하면서 임기제 공무원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일반임기제 공무원. 당사자들은 “명백한 비정규직”이라며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는 일반임기제 공무원을 정규직에 가깝게 여겨 인식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5년 동안 매일 걱정이에요”

일반임기제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신 5년마다 치러지는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근무를 연장시키는 수밖에 없다. 정기적인 고용 불안정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간선택·한시임기제 공무원들은 주로 1회성 계약으로 끝나는 반면, 일반임기제 공무원들은 수차례 재계약을 맺는 경우가 잦아 상시 직장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재임용 시점이 되면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것도 그 이유다.


정년 보장 안되지만
규정상 정규직 인식
‘전환’대상 해당 안돼

일부 전문경력관 대체
대구·경북선 사례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임기제 공무원들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에서 배제돼 있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상시·지속 업무 담당 기간계약직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 등을 비정규직으로 한정했다.

일반임기제 공무원들은 “계약 방식을 보면 명백히 비정규직에 속하며, 상시·지속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구시의 한 일반임기제 공무원은 “일반임기제 공무원 중에서 10~20년씩 근무하는 분도 엄청 많아요. 결국은 일반임기제가 맡은 일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거죠. 굳이 계약직의 일종인 임기제로 고용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라고 털어놨다.

일반임기제 공무원들은 정해진 근무 기간으로 인해 여러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다.

한 여성 일반임기제 공무원은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꿨어요. 5년 일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어떡해요. 눈치는 똑같이 보겠지만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 부러웠던 적이 많죠”라고 했다. 또 다른 일반임기제 공무원은 “제가 정말 심각하게 아프지 않은 이상 휴직은 생각도 못 해요”라고 말했다.

재임용이 될 때마다 삭감되는 연봉도 부담이다. 재직 중 인상된 연봉은 5년 뒤 재계약을 체결할 때 초기 연봉 금액으로 돌아간다. 계약 체결 시 급수별 하한선 연봉으로 책정하는 것이 규정이기 때문이다.

한 일반임기제 공무원은 5년 근무를 마치고 임용 공고가 늦게 떠 어쩔 수 없이 한 달을 쉬기도 했다. “저로선 의도치 않게 한 달을 쉬게 된 거예요. 수입이 없어지니까 그만큼 부담이 됐죠. 얼마나 불안했는데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지역의 임기제 공무원은 지난 18일 기준 235명이다. 분류별로 일반임기제 공무원 196명,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 39명 등이다. 한시임기제 공무원은 없다.

◆일반임기제, 고용 안정은 요원

지자체는 일반임기제 공무원에 대해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규직·비정규직의 틀로 구분하기 힘들다”며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의 특성을 보이지만, 정원 내 인력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통상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정해진 근무기간을 사전에 공개했고, 이에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는 건 선발 목적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일부 지자체는 일반임기제 공무원을 전문경력관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경력관은 일반임기제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에 한해 임용하지만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이 다르다. 충북도는 2015년부터 업무의 연속성·전문성이 인정되고 일반임기제 공무원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전문경력관으로 전환시켜오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고용 안정성과 조직 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일반임기제 공무원을 전문경력관으로 확대 채용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기준 충북도에서 근무 중인 전문경력관은 모두 18명이다. 이 중 80~90%가 일반임기제 공무원이 전문경력관으로 전환된 사례다.

반면 대구·경북에서 근무 중인 전문경력관 19명 중 일반임기제 공무원 출신자는 한 명도 없다.

경북도 관계자는 “전문성만 놓고 봤을 때는 일반임기제 공무원과 전문경력관이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전문경력관은 선발 대상에 대해 행자부와 협의해 결정해야 되기 때문에 지자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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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제 공무원은=전문지식·기술 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일정 기간 임기를 정해 임용하는 공무원이다. 2013년 공무원 직종체계가 재편성되면서 기능직과 계약직이 폐지되고 그 보완조치로 임기제 공무원 제도가 도입됐다.

임기제 공무원이 되면 일반공무원과 동일한 직급명칭이 부여되고, 임기 동안 신분이 보장된다. 복지 혜택은 일반공무원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지만 연봉제 형태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호봉은 적용되지 않는다.

임기제 공무원은 크게 일반제, 시간제, 한시제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일반임기제 공무원은 전일 근무한다는 점에서 근무 조건이 여타 공무원들과 다르지 않지만 5년마다 공채경쟁시험을 치러야 된다.

시간제는 주당 15~35시간 근무하는 형태로 오전, 오후, 야간, 격일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한시제는 일반공무원의 휴직·병가 등으로 인한 공석을 대체해 최대 1년6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임기제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 고용안정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휴직이 보장되지만 재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성노동자의 경우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쓰기 부담스럽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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