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행복한 노년의 조건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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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  발행일 2017-07-24 제31면   |  수정 2017-07-24
[월요칼럼] 행복한 노년의 조건

“인생의 행복은 사랑하는 대상(국가나 사람)을 위해 고생하는 것.” 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행복론’이다. 시인 정호승은 “고통은 그 의미를 깨우치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의 말이 서로 통했다. 괴테의 표현대로 ‘화려한 색채들은 빛의 고통’에서 나온 것들이다.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그런데 왜 고통스러워할까? 행복과 고통이 이처럼 밀접한 개념인 줄 몰랐다.

인간세상의 숱한 우여곡절(迂餘曲折)이 언론에 소개된다. 다들 파란만장(波瀾萬丈)하다. 이들 중 필자가 부러워하는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연예인 최불암(77),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장수 프로그램을 29년째 진행하는 방송인 송해(90), 우정의 무대와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부로 유명해진 뽀빠이 이상용(73)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나이 들어서도 활기차게 자기 일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하니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유명인사이기 때문에 보통인보다 삶의 궤적이 과대 포장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된 배경은 확실해 보인다.

‘수사반장’ ‘전원일기’로 국민배우 반열에 든 최불암은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품격있는 프로그램을 2011년 1월부터 7년째 진행하고 있다. 울진 대게와 문어 등이 나오는 ‘울진 왕돌초 겨울밥상’이라든지 봉화지역의 은어잡이와 요리법 등을 현장에서 재연한 프로그램, 지리산의 봄 마중 밥상, 진도 울금 밥상, 욕지도 섬 밥상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지역 특화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구수한 음색과 질박한 진행은 프로그램의 묘미를 살려 ‘푸드 다큐멘터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일을 하면서 산해진미를 다 먹어보고, 인기도 얻으니 얼마나 행복한 노년인가. 부럽기 짝이 없다.

현역 최고령 방송인 송해는 또 어떤가. 1988년부터 전국 노래자랑 사회자로서 재치있고 걸쭉한 입담으로 29년째 사랑을 받고 있다. 대주가로도 알려진 그는 건강비결을 묻는 주변의 질문에 “술이 보약”이라고 할 정도로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고 있다. 송해는 대구 달성군과도 인연이 있어 옥포의 옥연지에 송해 이름을 딴 송해공원이 조성돼 있다. 부인 석씨의 고향이 이곳이라나.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뽀빠이 이상용도 중장년층이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방송이나 강연회에서 그가 전하는 건강비법이나 재담은 탁월하다. 73년간 술·담배·커피를 한 모금도 안했다니 자제력도 놀랍다. 인터넷 등에 소개된 그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이해가 간다. 병약하게 태어나 이모가 겨우 살렸고, 6세에 걸음마를 했으며, 12세까지 여덟가지 성인병을 앓았다고 고백한다. 그런 그는 13세에 아령운동을 시작해 18세에 미스터 대전고, 미스터 충남에 이어 1966년 미스터 고려대와 고려대 응원단장을 했다고 한다. ROTC 탱크병 장교로 군 복무를 하고 나와 외판원을 하다가 28세에 TV에 나와 뽀빠이로 변신했다고 한다. 그는 특강을 통해 ‘행복과 건강은 백화점에서 팔지 않는다’는 어록을 남겼다. 행로가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심장병 어린이 돕기 기부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받은 그다. 철학과 소신, 절제로 똘똘 뭉친 그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사람이 나이 들어 필요한 게 뭐냐’고 물으면 대답은 각양각색이다. 일단 돈이 있어야 할 것이고, 시중들 가족이나 간병인도 필요할 것이다. 아니다. 순위 1번은 무릎관절이다. 돈이 제아무리 많아도 무릎관절이 닳아 못 걸으면 허사다. 일찍 누우면 일찍 저세상으로 가게 돼 있다. 2번은 할 일이고, 그다음은 친구다. 그런데 관절이 성해도 할 일이 없고, 친구도 없으면 곤란하다. 게다가 돈마저 없으면 그의 인생은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관절 튼튼하고, 친구 있고, 돈 있으면 금수강산(錦繡江山)이 된다. 노장들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각자 노년을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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