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적폐청산’에 반대하는 사람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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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  발행일 2017-07-24 제30면   |  수정 2017-07-24
文정부 공약, 국정과제 1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명제
적폐 대청소에 압도적 지지
그러나 선뜻 동의하지 않는
보수 일부는 정치보복 우려
[송국건정치칼럼] 적폐청산’에 반대하는 사람들…

문재인정부는 지난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맨 앞자리에 올렸다. 2호는 ‘반(反)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 3호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다. 적폐청산을 위해선 부처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또 반부패 총괄기구를 설치하고, 노무현정부 때 운영했던 과거사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같은 폐단을 뿌리 뽑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부패를 척결하고 과거에 어떤 음침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봐서 바로잡겠다는 선언에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일들을 최우선적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기도 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치보복’의 유혹은 떨쳐내야 실질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방침’에 찬성한 의견은 75.6%였다. 반면, 적폐청산에 대한 반대 의견은 13.0%였으며, ‘모름·무응답’은 11.4%였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사회에 만연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데 왜 반대하거나 유보한 응답자가 네 명 중 한 명 꼴이 될까. 적폐를 그대로 두고 가자는 의미일까. 아니다. 아마도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은 곧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이어진 보수정권 9년을 겨냥하고 있다는 보수 유권자 일부의 경계심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5·9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 중엔 44.0%만이 적폐청산에 찬성했다. 오히려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0.5%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90.8%)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90.5%),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87.6%)에 투표한 유권자의 압도적 찬성과 비교된다.

문재인정부 초반 사정(司正)의 칼날이 보수정권 9년을 겨누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감사원이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4번째 감사에 들어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파헤치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이 타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이미 파면을 당하고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옥죄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사람들이 남겨놓고 갔다는 문건들이 줄줄이 공개되고, 특검에 넘겨지자 그 배경이 궁금했다. 그러다 1호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의 내용을 보다가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다. ‘국정농단 실태 분석 및 기소된 사건의 공소 유지 철저’라는 항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 공소 유지와 ‘박근혜 단죄’가 문재인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돼 있는 셈이다.

사법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논외로 치더라도 문재인정부의 결기를 읽을 수 있다. 첫번째 국정과제를 밝히며 ‘적폐의 청산’ 사이에 ‘철저하고 완벽한’을 집어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 정권에선 전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대청소라고 강조한다. 그 취지가 옳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해도 우려는 남는다. 당시 상황을 예단한 뒤 목표를 정해 얼개를 짜놓고 일을 진행하다 보면 무리수가 따른다. 그것이 보수 일부에겐 정치보복으로 비친다. 그런 인식이 확산되면 또다시 국민 편가르기가 시작된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적폐청산’이란 누구도 거역할 수 없을 것 같은 구호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를 문재인정부는 알아야 한다. 단순히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의 잘못된 목소리로만 치부하면 일이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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