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소설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는 ‘사랑이란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젊은 연인들에게 하면 대번에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사랑이 식은 갱년기 부부들이나 마주 보는 것이 지겨워 서로 앞만 보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사실 향기박사도 작가 생텍쥐페리가 무슨 마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근 발표된 논문을 읽고보니 어쩌면 생텍쥐페리는 뇌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7년 스페인 바스크 연구센터의 알레한드로 페레즈 박사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두 사람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를 하다보면 두 사람의 뇌파 리듬이 점점 서로 일치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뇌파란 우리 뇌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뇌신호이므로, 뇌파 리듬이 서로 일치한다는 것은 두 사람의 뇌가 비슷한 활동, 즉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현상을 처음 발견한 연구자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우리 하슨 교수입니다. 하슨 교수는 한 강사가 말하는 동안 뇌영상장비를 통해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을 확인하고 이 강사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한 청중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을 확인하였는데, 강사와 청중의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겹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찾았습니다.

또 강사가 이야기할 때 강사의 그 뇌 영역의 활성화와 강사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청중의 뇌 속 같은 영역의 활성화가 일치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이야기를 듣는 청중이 강사의 이야기에 공감할 때 청중의 뇌활동이 강사의 뇌활동과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하슨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신경동조현상’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대화, 즉 청각의 자극이 강사와 청중의 뇌가 공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사실 뇌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자 할 때 시각자극을 차단하고 꼭 필요한 감각기관만을 이용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음악에 집중할 때 눈을 지그시 감고 오로지 귀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합니다. 비슷하게 첫 입맞춤을 하는 연인들도 두 눈을 꼬옥 감고 오로지 입술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하죠. 그런 중요한 순간 시각자극은 음악감상이나 입맞춤에 방해만 되는 불필요한 자극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간의 대화 역시 음악감상처럼 청각에만 집중할 때 상대방의 말이 더 잘 들리고 그 사람의 생각도 더 잘 읽을 수 있습니다. 페레즈 박사 연구팀 역시 칸막이로 서로를 쳐다보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서로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면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조금 확대해석을 하자면 이번 페레즈 박사의 연구나 기존의 하슨 교수의 연구 모두, 대화를 통해 좋은 소통을 하면 서로의 뇌가 닮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의 뇌가 닮아가면서 서로의 생각을 쉽게 공유하게 되고 결국 상대의 입장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융복합’과 ‘네트워크’이며, 많은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융복합’과 ‘네트워크’를 위한 조건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과 타인과의 ‘소통 능력’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좋은 ‘소통 능력’은 결국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나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통해 얻어집니다. 결국 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행복하게 살려면 마주만 보지 말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여름은 바닷가나 산속 캠핑장에서 온 가족이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대화하면서 서로의 뇌를 닮아가는 행복한 휴가 보내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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