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대구경북교육의 혁신, 새 술과 새 부대가 필요하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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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4 07:32  |  수정 2017-09-05 10:37  |  발행일 2017-07-24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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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대한 분석 연구를 하는 교수가 아침부터 전화를 길게 했다. 모범이 되는 혁신학교는 어떤 곳인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대구·경북에는 혁신학교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할지 등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참 답답했다. 혁신학교를 경험해 보지도 않은 사람한테 물으면 어떻게 하냐고 되묻고는 같이 웃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학교에서 한 번만이라도 근무를 해보고 싶어서 그런 기회만 오면 기꺼이 몸을 던지려고 누구보다 혁신학교를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역사는 이미 7년이 지났고, 그 선구자가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 이제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겠다고 한다. 전국에 혁신학교는 1천여개로 10%의 학교가 미래교육과정을 실험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청은 이미 여러 형태의 실험을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학교 2.0, 3.0을 고민하고 있다. 혁신학교 1.0이 헌신적인 교사와 교장들이 이끌어 왔다면, 2.0은 기초자치단체와 마을교육공동체가 혁신교육지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대구는 단 하나의 실험도 없었다. 이제 한국교육은 김대중, 노무현정부도 극복하지 못한 신자유주의 교육이라 일컬어진 5·31 교육체제를 넘어서고 있다. 학교교육은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미래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체제와 신학력이라는 질적 변화, 일반화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보수라는 대구·경북교육청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단추를 잘못 꿰고 있다. 평가나 분석을 하지 않으니 계획은 헛돌고 오늘까지 왔다.

혁신학교의 실험은 여전히 실험 중이다. 혁신학교의 실험결과가 과연 대한민국의 학교교육을 혁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걱정도 있지만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대구나 경북의 교사들이 만나면 한숨만 크다. 다들 교육혁신은 너무 쉬운 일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우리 지역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한탄했다. 이러다 우리 대구·경북의 아이들이 전국 무대로 나갔을 때나 미래사회에서 가장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 이런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토요일 팔공산에 모여 경북희망교육만들기 교육주체 대토론회를 연다기에 참석해 보았다. 그 자리에서 우리 안에 있는 무기력을 극복하고 출발점으로 3기 민선교육감을 미래사회 교육을 이끌어 갈 좋은 인물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과학영재고 출신들이 막상 전공과정에 집중해야 할 대학 3학년이 되면 일반고 출신에게 뒤처진다는 것이었다. 그 원인으로 ‘번 아웃(burn out)’을 다뤘다. 무슨 말인가. 분명 과학영재고를 갈 정도였으면 영재였는지는 몰라도 수재였을 것이다. 이런 수재들의 에너지가 겨우 스무살이 되어 소진된다면 이건 국가적인 역량 손실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특목고와 자사고의 폐지로 시끄럽다. 이런 학교에 근무한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선행학습의 성공일 뿐이지 영재가 아니라고 한단다. 단지 명문대를 가는 데 유리한 수단으로 존재하고 있다. 물론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겠지만 수많은 일반고에 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런 수준의 교육을 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옹색한 근거로 드는 수성구 편중현상을 막는다는 말도 학생들의 구·군별 출신비율을 조사해 보면 드러날 일임에도 지역 국회의원들과 교육감은 이런 논리로 협의를 했다고 한다.

나는 2년 전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않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훨씬 심각해졌다. 무엇보다 지금 교사들은 스스로 번 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이웃학교의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만 들어도 곧 나에게 닥칠까봐 움츠러들어 버린다. 가장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까. 나는 그 돌파구로 혁신학교 1.0을 시작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2.0을 준비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교사들의 자신감이 살아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출발을 위해서는 결국 새 시대에 맞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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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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