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로컬푸드로 만든 전통 가정식을 만끽하는 농가민박 가든파티…뭉티기와 또다른 매력 ‘카르파초’ 별미

  • 김수영
  • |
  • 입력 2017-07-21   |  발행일 2017-07-21 제42면   |  수정 2017-09-05
20170721
모데나의 명물 햄인 모르타델라를 손수 준비하는 농가민박 주인 도메니코.

여행은 타인의 삶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현지인이 되어 그들의 삶에 들어가보는 여행.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아 농가민박(아그리투리즈모)’이야말로 요즘 같은 ‘체험여행시대’에 꼭 맞는 핫 트렌드가 아닐까.

농가민박.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순한 민박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지역 특산물로 만든 전통 가정식은 물론 빵, 잼, 치즈 등을 손수 만들어 맛까지 보는 식문화체험, 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하는 왈츠의 밤과 같은 이벤트 등을 농가민박에서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움브리아의 수많은 농가민박 중에서 유일하게 에밀리아 로마냐의 모데나 전통음식과 문화를 선보이는 특별한 가든 파티가 열린다 해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시원스레 뻗은 시트러스 나무가 촘촘히 늘어선 입구 전경을 잠시 음미했다. ‘마음에 쏙 든다’는 뜻의 ‘파보리타(Favorita)’라는 민박의 상호.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야외 수영장이 눈앞에 펼쳐지고 잔디밭에 자리잡은 테이블마다 놓여진 촛불. 그리고 어쿠스틱한 기타 선율이 달콤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 같은 공간이다.

농가민박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일반 식당의 메뉴와 차이가 있다. 뭐니뭐니해도 지역 내에 생산되는 재료들만 식탁 위에 올라오는 ‘로컬푸드’를 만끽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나는 움브리아 식재료를 갖고 모데나 출신의 주인 가족이 손수 만들어내는 모데나 전통 가정식을 이 가든 파티에서 특별히 맛볼 수 있었다.

먼저, 스탠딩 식전주를 시작으로 파티가 시작된다. 산뜻한 스파클링이 기분 좋은 움브리아산 와인에 모데나의 명물 튀긴 빵, 뇨코 프리토의 폭신한 식감과 짭짜래한 모르타델라햄의 조화가 무척 감동적이다. 라면땅과 같이 꼬불꼬불한 모양 때문에 맛은 물론 식감까지 재미난 라구파스타와 움브리아산 소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 올려주는 다양한 채소요리는 하나같이 주인장의 손맛이 더해져 훌륭하다.

그 중에서도 두 지역의 장점이 잘 어우러져 혀를 행복하게 만든 음식은 바로 이탈리아식 육회, ‘카르파초’였다.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선홍빛 고기에 톡 쏘는 움브리아산 올리브유와 모데나의 자랑인 발사믹식초의 상큼함이 잘 어우러진 카르파초. 중독성 강한 양념장과 두툼한 비주얼의 남성적인 대구의 뭉티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물씬 넘친다.

좋은 음식과 좋은 사람들. 거기가 바로 천국이 아닐까?

빠빠베로 오너 셰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