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태국, 왕실모욕 땐 관광객도 처벌받아…형법 112조 인권문제 도마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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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0   |  발행일 2017-07-20 제15면   |  수정 2017-09-05
불교와 왕실은 절대 신성한 존재
언론·영화·인터넷 엄격하게 검열
유엔 인권기구, 법조항 수정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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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112조항을 이용한 독재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Chiang Rai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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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경북PRIDE상품 태국 해외시장 조사원·자유기고가>

필자가 아는 태국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각 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숫자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의 주제가 번져 갔다. 필자는 한국에는 112란 숫자가 유명하며, 한국 사람 누구라도 112로 전화하면 경찰서로 전화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태국 사람들에게 112는 조금 다른 의미다. 한국 사람들에게 112는 국민들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구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숫자지만, 태국에서 112는 굉장히 무겁고도 국민들의 강력한 의무감을 일깨워 주는 숫자다.

태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112라면 대부분 형법 112조항을 생각한다. 태국 형법 112조는 ‘왕실모욕법’이다. 이 법은 태국의 왕과 왕비 등 왕실 사람들을 모욕하거나 위협한 자들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 형법 112조항은 현재 생존하고 있는 왕과 왕비 등 왕실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우선이지만, 과거의 왕실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나라다. 일반적으로 입헌군주제는 나라를 다스리는 근간인 헌법이 존재하고 그 헌법 안에서 세습되거나 선임된 군주를 인정하는 정부 형태다. 태국은 이미 오래전에 왕이 모든 것을 통치하는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했지만, 실제 생존하는 왕과 왕실의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처음 태국에 왔을 때 남편과 영화관에 간 적이 있다.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 스피커에서 어떤 태국 노래가 나오자 극장에 있던 모든 관람객이 경건한 모습으로 전원 일어섰다. 우리도 엉겁결에 기립했는데, 스크린에는 태국 국왕이 태국과 국민들을 위해 활동한 여러 업적들이 나오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는 바로 왕실찬가였다.

필자는 태국에서 살면서 이 나라 국민들에게 왕과 왕실이 어떤 존재인지 차츰 알게됐다. 태국에서 가장 큰 국경일 중 하나는 국왕과 왕비의 생일이다. 일반적으로 태국 사람들은 자국을 지탱하는 두 축이 불교와 국왕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인들에게 국왕과 왕실은 절대적이고 종교적 신성함까지 있다.

이런 태국에 1956년 제작된 고전 영화로 지금까지 몇 번이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아온 영화 ‘왕과 나’는 지금까지도 태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상영이 금지되어 있다. 이 영화는 마거릿 랜던의 인기 소설 ‘안나와 사얌 왕’이란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태국 왕실 자녀들의 가정교사로 온 여주인공이 왕과 왕실 속에서 겪는 사건과 갈등들을 담은 내용이다. 하지만 태국 국민들이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라마 4세인 ‘몽꿋’왕을 너무 평범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여주인공이 왕과 왕실의 사람들과 너무나 격의 없이 지내는 내용 때문에 태국과는 괴리감이 크고 신성모독일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식적으로 상영이 금지됐다.

형법 112조항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나이와 직위, 신분고하에 상관없이 전방위로 엄격하게 적용된다. 이미 형법 112조항으로 말미암아 여러 외국인이 형 집행을 받고 태국의 열악한 감옥 내에 수감되기도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 형법 112조항이 부각되고 있다. 그 이유는 유엔인권기구에서 형법 112조항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계속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엔뿐만 아니라 태국 내 인권 단체들과 전 세계 많은 인권 단체들이 형법 112조항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형법 112조항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온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법률로 인하여 수많은 언론과 심지어 인터넷도 심각한 통제를 받아왔다.
김창희<경북PRIDE상품 태국 해외시장 조사원·자유기고가>
<영남일보 - < 재> 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원문은 ‘경북PRIDE상품 지원센터 홈페이지(www.prideitem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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