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퇴직 전기기술자, 이발봉사로 ‘제2의 인생’…윤상철 前 한전 소장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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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9   |  발행일 2017-07-19 제14면   |  수정 2017-07-24
거동이 불편한 친구보고 결심
이발자격증 취득 후 재능기부
요양원 찾아 어르신 말동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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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을 퇴직하고 이발자격증을 취득한 윤상철씨가 이용봉사를 하고 있다. <윤상철씨 제공>

“전기는 산소처럼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필수품 같은 것이다.”

34년 동안 한전에 청춘을 바친 윤상철씨(61·대구시 수성구 황금동)는 전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여름 찜통 같은 날씨에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도 절전을 위해 에어컨은 켜지 않고 생활했다고 한다. 그나마 방문객이 오면 에어컨을 잠깐 켰다고 했다. 절전이 몸에 밴 그는 식당을 가서도 쓸데없는 곳에 불이 켜져 있으면 불을 끄고 나올 정도였다.

상주가 고향인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전기를 선택하면 평생 먹고사는 데 괜찮다”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전기과를 택했고 ROTC로 군 복무를 마친 후 1980년 한전에 입사했다. 그는 한전에서 근무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전기기술자로서의 사명감과 긍지는 여전하다.

“직장생활 34년은 잠깐이었다”는 그는 2014년 3월에 58세로 퇴직한 후 거동이 불편한 친구가 이발소를 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제2의 인생은 남을 위해 봉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이발자격증을 취득해 재능 기부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윤씨는 2014년 12월부터 요양원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쓸쓸히 노년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부모같이 생각하고 이발하면서 말동무를 하고 있다. 봉사에 보람도 느끼지만 이발하는 동안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본인도 힐링을 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나이 먹고 병이 나면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봉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발봉사를 지속하고자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고 있으며 과음 및 과식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도 40대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윤씨는 매월 첫째 주 화·목요일에는 경산 파티마요양원과 요양병원, 마지막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에는 동대구요양병원에서 이용 봉사를 하고 있다. 하루에 3시간씩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다 보면 어깨와 손이 아프다고 했다. 그가 건강 유지에 신경을 쓰는 가장 큰 이유다. 또 매월 마지막 주 화·수요일에는 경북대 외국인 숙소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타국에서 아버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대화를 하며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윤씨는 몇 년 더 봉사하다가 이발소를 운영할 꿈을 가지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고, 놀이터도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제2의 인생을 소박하게 동네 주민들을 위한 이발사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 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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