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카3: 새로운 도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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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4   |  발행일 2017-07-14 제43면   |  수정 2017-09-05
“멀리 갈 거 있나?”…열대야엔 극장서 피서
하나 그리고 둘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162분도 짧은 청춘 이야기

20170714



2010년 말에 출간되어 이듬해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가 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청춘이란 원래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불확실하고, 외롭고, 아픈 시기라고 말한다. 마냥 ‘잘 될거야’라는 흔한 위로 대신 ‘받아들여라’라는 기조가 오히려 갈라진 땅의 단비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갈증을 적셔준 모양이다. 따뜻하고 시의적절한 접근이지만, 수동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청춘은 정말 원래 그런 것일까 라는 반문, 청춘을 이해하고 관통하고 다독이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라는 의문이 뒤따른다. 만일 영화에서 그 대답을 찾고자 한다면, 이런 작품에서 적절한 답을 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감독 안드레아 아놀드)는 잡지를 팔며 로드 트립을 하는 미국 청춘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청춘의 보편적 성격을 세밀하게 묘사해냄으로써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혹은 지나온 관객들을 금세 몰입시킨다. 가령, 몸 여기저기에 문신과 피어싱을 한 아이들이 섹스와 약과 폭력을 통해 가슴 속에 쌓인 것들을 토해내는 모습은 문화적 이질감이나 세대차를 넘어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문란’하거나 ‘탈선’한 아이들이 아니라 가장 솔직하게 그 나이대의 감정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이다. 로비 라이언 촬영감독이 2.35:1의 와이드 스크린 대신 초창기 브라운관 화면처럼 1.33:1의 비율을 택한 것 또한 이 포맷이 가진 정직성 때문이다. 배경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내면 상태에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을 횡단하는 행위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청춘이라는 시기를 지나는 일과 상통한다. 아이들이 차와 캠프장에서 즐기는 다양한 음악들이 윤활유가 되어 그 발걸음을 추동한다. 열여덟 살의 ‘스타’(사샤 레인)는 가난과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제이크’(샤이아 라보프)를 따라가 ‘크리스탈’(라일리 코프)이 이끄는 무리에 합류한다. 여느 청춘처럼 그녀 앞에도 돈을 버는 일과 뜨거운 연애를 하는 일, 두 가지의 과제가 놓여 있다. 때로는 신의 은총처럼 순탄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하고, 때로는 악천후를 만나 모든 것을 놓치기도 하면서 그녀는 10여 명의 또래들과 함께 미국을 가로지른다.

이제는 꽤 야무져 보이는 스타의 모습에서 겨우 안도감이 느껴질 때쯤 162분의 짧은 여행이 끝나고 얄미운 엔딩 크레딧이 스크린을 거슬러 올라간다. 청춘들의 강렬한 에너지 때문에, 극장을 나서기가 아쉬운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62분)

★카3: 새로운 도전

모두를 홀릴 레이싱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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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스튜디오가 제작해온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고 즐거움을 주는데서 나아가 어른들의 마음까지 촉촉이 적셔준다는 데 있다. 그 감동은 살아온 세월과 비례하는 것이어서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진폭보다 훨씬 넓고도 진하다. 디즈니에 인수되기 전에 만든 ‘토이 스토리’(감독 존 래시터) 시리즈나 ‘업’(감독 피트 닥터, 밥 피터슨), 그 후에 선보인 ‘인사이드 아웃’(감독 피트 닥터)과 같은 애니메이션이 좋은 예다. 주인에게 늘 1순위였던 인형이 새로 산 인형에 밀려나는 비애에 대해, 수 십 년간 동고동락했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외롭고 무기력한 아침에 대해, 슬픔 없이는 위로가 없다는 삶의 이치에 대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어른들 쪽이다. ‘카3: 새로운 도전’(감독 브라이언 피) 역시 그런 픽사 스튜디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최고의 레이싱카인 ‘맥퀸’은 각종 대회의 우승 트로피를 쓸어담으며 승승장구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기와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가던 어느 날, 최첨단 신예 ‘스톰’이 등장해 그의 자리를 앗아가 버린다. 점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던 맥퀸은 승부욕 때문에 무리한 레이스를 펼치다 부상까지 당하고 만다. 능력 있는 스폰서를 만나 재기를 꿈꾸며 훈련에 복귀하지만 트레이너 ‘크루즈’와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 등 첩첩산중 장애물이 생기고, 맥퀸에게 우승은 점차 멀어져만 간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맥퀸이라는 하나의 축에서 크루즈로 점점 기울어지며 결국 두 개의 평행한 무게중심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스톰을 이기고 다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맥퀸의 목표가 곧 트레이너인 크루즈의 목표였지만, 두 캐릭터가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레이싱에 대한 열망과 잠재된 재능이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감추어두었던 주인공처럼 영화는 맥퀸의 뒤에 있던 크루즈를 서서히 앞으로 전진시켜 관객과 더 가까운 데 위치시킨다. 둘 사이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긴장감, 절정부에서 맥퀸의 선택이 내포하는 의미, 그것이 가져온 결과가 주는 감동은 역시 세상 풍파를 혹독하게 겪어본 어른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하는 픽사의 선물일 것이다.

서사의 감동 외에도 레이싱 카의 속도감을 그대로 살린 역동적인 액션신, 알록달록한 외관만큼이나 다채로운 캐릭터들, 경기장의 공간감까지 느끼도록 디자인된 정교한 사운드, 극의 분위기 및 리듬을 적절히 조종하는 음악 등 보고 들을 거리가 풍성한 작품이다.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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