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인사청문회 다시 읽기

  • 조정래
  • |
  • 입력 2017-07-14   |  발행일 2017-07-14 제23면   |  수정 2017-07-14
논설실장
20170714
논설실장

찜통더위가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꽉 막힌 정국마저 열기를 더하니 울화통인들 온전하려나. 삼복더위야 이왕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딪쳐 봄직도 하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넘도록 정부의 내각 진용이 갖춰지지 않았다. 무서운 인사청문회 덕인가, 아니면 그 탓인가. 왕짜증을 잠시 누르고 한여름 독서를 하는 심정으로 인사청문회 다시 읽기를 해보자.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여야 간 공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평소 사회 지도자를 자처했던 장관 후보자들이 거지발싸개 진면목을 드러냈는데… 과연 그들을 믿고 국정을 맡길 수 있느냐다.

인사청문회 막바지 후보자들에 대한 톺아보기는 과거와 현재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반면교사이기에, 열불이 터지더라도 생략해선 안된다. 우선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참으로 딱하다. 멀쩡하다 싶어 지명해 놓으면 상이용사가 돼 돌아오고, 사전에 하자를 커밍아웃하고 선처를 청해보지만 생각지도 않은 흠이 또 튀어나오니, 평소 잘 알고 지낸 인간에게조차 배신감을 느끼지 않으면 오히려 더 이상할 터. 대통령으로서 영(令)이 서지 않고, 체면도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약졸들투성이라 해도 장수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우선이다. 이미 주효했을 타이밍은 놓쳤지만 기회를 잃은 건 아니다. 잘못의 시인은 진정성이 문제일 뿐 늦었더라도 하고 가는 게 절차적으로 순리이고 이치에도 합당하다. 인사청문회 기준 탓을 하고 그것을 구체화하라는 지시는 그다음에 해야 마땅하다. 개인들 간에도 약속을 못 지켰으면 사과나 해명부터 하는 게 올바른 순서인데, 하물며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야 어디…. 문 대통령은 위장전입,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세금 탈루 등 5대 비리 관련자의 경우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남겨둬선 안된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책임지는 모습을 고대하고 있다.

문제가 된 장관 후보자들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다. 청문회를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엉망인데 당사자들 중 자진 사퇴한다는 소리를 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하나같이 야권의 비판과 질타를 정치적 공방과 일시적 위난으로 여기고 어떡하든 모면하고 통과해보려 아등바등 일색이다. 그들의 후안무치가 대신 부끄럽고, 그들의 버티기가 일신의 영달 목적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참 지랄 같은 풍경’을 목도하는 또 다른 우리는 두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사회지도층 중에 엄선된 후보자들의 형편없는 도덕성에 실망하고, 다시 그들의 태연한 도덕불감증에 무너져내린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안성맞춤이다. 지난 정권 때 교육부총리 후보자의 논문표절 의혹을 질타하며 사퇴를 종용했던 교육 수장이 알고 보니 더 중한 논문표절 의혹을 받았다. 지난여름 피서지에서 자기가 한 일을 까마득히 잊고 오리발을 내밀다가 들킨 격이다. 위장전입 등 청문회 기준을 두고 여당과 야당이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일쑤다. 여당 시절에는 정책과 능력 검증 위주로 청문회를 하자고 하다가 야당이 되면 돌변한다. 한마디로 인사청문회 기준은 고무줄 잣대다. 국회 차원에서 고위 공직자 후보의 도덕성이나 자질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인사청문회가 하도 많은 도덕적·법적 문제를 야기하다 보니 이제 검증의 화살이 우리 스스로를 겨냥하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나는 괜찮나, 문득 뒤돌아보게 된다.

인사청문회는 청산해야 할 적폐들의 청문회이자 5대 비리 청문회다. 장관 후보자들을 품은 사회지도층이 개조의 대상이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비롯한 승자독식의 일그러진 문화가 바로 그들에게 뿌리를 대고 있다. 그들의 사고와 행태가 사회 불균형의 기원이자 몸통이다. 출발선에서 이미 권위를 잃은 소악(小惡)이 거악(巨惡)을 내치겠다고? ‘가소로웠다’는 평가는 사후에 해도 충분하니, 지금은 성공을 바라 마지않으며 다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부디 내로남불,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아냥을 일축하기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