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옥자’ 봉준호의 미국 콤플렉스, 문재인은…

  • 박재일
  • |
  • 입력 2017-07-12   |  발행일 2017-07-12 제31면   |  수정 2017-07-12
[박재일 칼럼] ‘옥자’ 봉준호의 미국 콤플렉스, 문재인은…
편집국 부국장겸 정치부문에디터

봉준호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는 미국에 대해 뭔가 콤플렉스 같은 것이 있다. 반미(反美)적이면서도 아메리카를 향한 냉소적 분위기랄까. 물론 이는 세계적 감독이 된 그의 재능이나 스타일의 극히 일부다.

봉준호의 ‘옥자’가 개봉되면서 케이블TV에는 그의 옛 영화들이 연일 방영된다. ‘살인의 추억’도 그중 하나인데 다시 봐도 으스스하다. 팝송이 흘러나오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들녘에서 여성들은 살해된다. 등화관제 훈련에다 데모대를 막으러 전경이 모두 차출된 공권력의 공백 속이다. 정치성 짙은 메시지다. 미제 살인사건의 답답함은 미국이란 변수가 장치되면서 증폭된다. 범인의 정액 유전자 감식법은 당시 한국에는 없다.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 모든 것은 여전히 아메리카가 결정하고 있다고 빗댄 메시지라고 해석하면 과대한 것일까.

봉준호의 ‘괴물’에도 미국이 등장한다. 한강의 괴물은 주한미군 부대에서 내보낸 유독성 물질에 의해 악성 진화했다. 영화 엔딩도 주인공 송강호가 미국 측 기자회견이 나오는 TV를 손이 아니라 발로 끄는 장면이다. 미국을 비트는 감독의 취향이 묻어난다.

‘옥자’는 ‘괴물’에 버금가는 슈퍼돼지다. 굉장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수반돼 5천만달러, 약 6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들었다. 넷플릭스가 투자했다는데, 나는 처음에 한국회사인 줄 알았지만, 아니다.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다. 봉준호가 미국 투자라니. 의아했다. 봉준호는 인터뷰에서 “수백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한국에서 조달하면 다른 감독들이 국내에서 투자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뜬금없는 것인지 모르지만 봉준호 영화를 보면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버랩됐다. 문 대통령은 보름 이상 미국으로, 독일 G20회의로 동분서주했다. 탄핵정국으로 장장 10개월간 국제외교 무대에서 사라진 대한민국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상대의 중심에는 당연히 미국이 있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의 정상도 만나 신고식을 했다.

사실 문 대통령은 크게 보면 반미적 성향은 찾기 어렵다. 그가 대학생 때 데모를 할 때만 해도 반미는 금기시됐다. 후보 시절 ‘사드 배치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발언 정도다. 대신 문 대통령은 자신이 비서실장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다. 노 전 대통령은 한때 “반미면 어때”란 말로 미국에 대한 의식의 일단을 드러냈다. 여기다 문 대통령의 현 비서실장은 임종석이다. 임 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으로 전대협 의장을 거친 운동권 출신이다. 한국외대 임수경을 청년축전 대표로 북한에 보냈다. 그가 활약하던 당시의 학생 운동권은 반미가 거의 대세로 자리 잡을 때였다.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에 불안감이 깔린 배경일지도 모른다.

세계는 미국을 싫어하지만 또 한편 미국에 의지한다. 중국마저 미국에 물건을 팔아 초대형 무역흑자를 낸다. 미국은 한편 무섭다. 카다피의 리비아, 후세인의 이라크가 미국 미사일에 무릎을 꿇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말할 것도 없다. 정적 제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국토는 초토화됐다.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했다고 축제를 열었다. 미국을 겨눈다고 공공연히 떠든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미국은 군사적 옵션(선택)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해상 봉쇄 등등이 나열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다. 인구밀집 수도권이 대구쯤 위치했다면 미국은 벌써 북한을 토마호크로 응징했을 것이다. 선제타격시 북한이 장사정포로 반격한다면 수도권 시민 50만~100만명이 사망한다는 추정이 있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도 저지해야 하지만 미국도 달래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대외 정책은 그래서 간단치 않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6·25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했다.

영화 옥자에서 뉴욕으로 간 슈퍼돼지는 황금돼지와 교환한 끝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봉준호는 미국 자본의 투자를 받으면서도 미국식 자본주의의 어둠을 소신껏 표현했다. 그가 느낀 저간의 미국 콤플렉스는 일부 승화된 것일까. 넷플릭스와 손잡은 영화 옥자처럼 대미 관계는 엄청난 방정식이 필요하다.
편집국 부국장겸 정치부문에디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