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송송커플에게 띄우는 편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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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2   |  발행일 2017-07-12 제30면   |  수정 2017-07-12
송송 커플 결혼 발표 뉴스
모두 부러움 일색이지만
일견 스타의 ‘흥행쇼’같아
둘이 소시민처럼 잘 살게
언론이 너무 자극 말아야
20170712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송송 커플의 결혼 발표. 지난주 최대 빅뉴스였다. 솔직히 지난해 5월3일 열린 세기의 복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흥행쇼’ 같았다. 둘의 사랑이 절정의 조건 속에서 획득한 ‘전리품’ 같았다. 만약 둘이 무명배우 때 결혼하고 고생 끝에 최정상급 커플 배우가 됐다면, 과연 팬들과 우리 언론이 지금처럼 광적인 관심을 보였을까. 빅스타의 결혼 소식을 접할 때면 꼭 이런 생각이 든다. 몽돌해안에서 가장 잘생긴 돌멩이 두 개를 갖고 와 쇼윈도에 진열해 놓는 것 같은. 100억원대 신혼집 등 관련 뉴스를 접한 사람들, 부러움 일색이었다. 그 부러움은 자신들은 도저히 그런 결혼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일종의 ‘체념’이다.

스타는 유명함 때문에 24시간 흥분된 상태에서 못 벗어난다. 그 흥분이 스타의 일상을 왜곡시킨다. 파티와 같은 나날, 팬들로 인해 사적인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팬들과 언론의 추격이 그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든다. 갖은 불면증과 공황장애…. 급기야 사랑이 수단인지 목적인지 제대로 구분 못하게 방해한다.

유명함. 이것 또한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마약 이상의 중독성을 갖고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사물이 항상 들뜬 상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꿈을 제대로 구분 못하게 되고 결국 상당수 스타는 자기 욕망으로부터 소외가 된다. 대신 타자, 그러니까 팬의 욕망에 길들여지게 된다. 을은 팬이 아니라 스타인 것이다. 스타가 팬한테 군림하는 게 아니라 팬(대중)이 그들 위에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팬한테 피격된 존 레논의 처지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명인. 팬들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처럼 보인다. 그들은 그 감옥에서 탈출하려고 별별 몸짓을 다 한다. 국민배우 최진실의 자살. 그게 그녀가 생각한 최선의 탈출법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 역시 그 탈출법 중 하나. 그런데 스타의 사랑은 정상적인 심리상태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란 게 문제다. 그들의 사랑법은 자율적이지 못하고 거의 타율적이다. 사랑하는 게 아니라 주변이 붐업시켜놓은 사랑의 덫 속에 자신들이 자청해 감금된 형국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의 사랑은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이들의 사랑은 점점 사육당하고 급기야 ‘과시용’으로 끝나기도 한다. 하나의 집착·강박·히스테리의 대상으로 내려앉게 된 스타의 사랑은 그래서 깨어지기 쉬운 것이다. 이 또한 유명인이 지불해야 되는 ‘유명세’다.

스타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결혼문화도 덩달아 경박·척박해지고 있다. ‘결포족(결혼을 포기한 남녀)’이 양산되고 있다. 싱글족·돌싱족보다 더 불안하다.

예전 ‘자수성가형 결혼’은 무에서 유를 향해 걸어갔다. 뭘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몸만 갖고 생고생하며 주체적 부부로 거듭났다. 이젠 그런 전통이 안 통한다.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갖고 나타나면 되는 결혼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 결혼은 가진 자들 간의 조건 만남 같다.

완벽한 외모, 완벽한 조건, 흠잡을 게 없는 최상·최고의 두 스타가 커플이 된다는 것. 이게 과연 ‘축복’일까. 송송 커플은 자신의 사랑이 또 다른 ‘빚’이라 여겨야 된다. 사랑은 최악을 최선으로 만드는 숭고한 힘이 아닐까.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자의 사랑은 뭔가 위태롭다.

지금 이 시대의 결혼은 ‘조건의 물물장터’. 하지만 조건의 사랑에 무조건적인 헌신은 없다. 조건이 달라지면 미련없이 떠나버린다. 그래서 ‘이혼 춘추전국시대’가 된 것이다.

송송 커플에게 지금 박수를 보내선 안된다. 둘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소시민으로 전락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둘이 서로를 위하는 맘이 흔들리지 않을 때, 그때 박수를 보내도 결코 늦지 않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최악의 처지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사랑의 완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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