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양심에 털난 사람을 위한 양심냉장고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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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0 07:42  |  수정 2017-09-05 11:02  |  발행일 2017-07-10 제17면
20170710

요즘 금전출납기에 가서 돈을 찾으려면 화면에 혹시 보이스 피싱에 속아 돈을 찾는지를 묻는 경고문이 뜹니다. 금융 사기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는 은행 측의 고마운 배려입니다. 보이스 피싱처럼 첨단 방법이 아니더라도 향기박사가 어릴 적 살던 동네 어귀에는 야바위꾼들이 양은컵 세 개와 콩 하나를 가지고도 사기를 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양심에 털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인류 역사에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성경 속 아담과 하와가 사과를 따먹고도 먹지 않았다고 하느님께 거짓말을 한 것이 어쩌면 인류 최초의 사기 아닐까요?

사기란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양심을 속이는 일입니다. 그런데 양심을 속이는 일은 자연스러운 뇌의 활동에 역행을 하는 일입니다. 양심을 속이려면 평소 뇌가 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잔머리를 엄청 써야 하는 것이죠. 최근 경제학자, 경영학자, 심리학자가 융합연구를 통해 양심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밝혀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경제학과 마레챌 교수, 미 시카고대학교 경영학과 콘 교수, 미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러프 교수 연구진이 함께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 뇌의 전전두엽의 특정 부위가 정직한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또 뇌에 전기를 흘려주는 장치를 이용하여 정직성을 담당하는 부위를 인위적으로 활성 혹은 억제를 시키는 실험을 통해 이 부위가 정말 사람의 정직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증명하는 실험도 수행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주사위 보상실험을 통해 수행하였는데, 이 실험 방법은 참가자에게 10번의 주사위를 던지는 실험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때 참가자는 홀수가 나올 때마다 1만원 상당의 돈을 받고 짝수가 나오면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습니다. 실험참가자는 감독관이나 카메라는 물론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방에서 혼자 실험을 진행하도록 하였고, 자신의 주사위 실험결과는 실험참가자가 실험을 다 마치고 나서 보고하도록 하였습니다. 즉 철저히 사람의 양심에 맡기고 실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본인이 실험결과를 속이고 홀수가 많이 나왔다고 주장하면 더 많은 돈을 받아가는 것이죠.

이 실험을 진행하면서 뇌에 전기를 흘려주는 장치를 이용하여 양심을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매우 놀랍게도 뇌에 전류를 흘려 양심을 자극하도록 하였더니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거나 도리어 양심을 담당하는 부위를 억제하였을 때에 비해 거짓말을 훨씬 덜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자신이 속임수를 쓰는 것이 잘못된 일이냐는 질문에 훨씬 더 도덕적으로 갈등을 느낀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즉 우리의 뇌 속에는 부당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속임수를 쓸 때 이러한 행동을 경고하고 정직한 결정이나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특별한 부위와 프로세스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뇌 속 양심의 위치를 찾았고 양심 작동 프로세스를 찾은 것이죠. 그리고 양심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자극하는 기기를 통해 양심을 더 싱싱하게 유지하도록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연구진이 사용한 기기는 양심냉장고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사기꾼이 나쁜 사람인데, 정직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대구의 미래 뇌과학자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양심냉장고를 개발하여 양심에 털난 사람들의 마음을 고쳐주는 세상이 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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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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