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인사청문회와 국민배심원단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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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8   |  발행일 2017-07-08 제23면   |  수정 2017-09-05
20170708
최병묵 정치평론가

문재인정부의 첫 인사(人事) 라인업이 마무리돼 간다. 청와대 팀은 이미 일을 하고 있고, 장관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부분 마쳤다. 장관 지명자 중 청문회를 거쳐 취임한 사람도 있지만,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처럼 낙마한 경우도 있다. 청문회를 전후해 운명이 갈렸다. 안경환 후보자의 경우 도장을 위조해 결혼했던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자진사퇴의 형식을 밟았다. 문제는 많은 장관들이 언론 등이 제기했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취임했다는 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5대 공직배제원칙 중 위장전입에서 걸렸다. 해명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에도 휩싸였다. 청문회에서 업무능력에 의문을 불러왔다는 점은 더 치명적이다. 임명 여부에 대한 여론도 엇갈렸다. 언론이 보도한 여론조사는 두 건이었다. 한 건은 지지가, 다른 한 건은 반대가 우세했다. 청와대는 지지가 압도적이라 주장하며 강 장관을 임명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에 음주운전, 월 3천만원 자문료 등의 논란에 휘청였다. 음주운전은 두 건인데, 자료가 없어졌고 처벌도 받지 않아 은폐 의혹까지 받았다. 서울에서 적발됐다는 음주운전 건(件)은 동료가 운전했다는데 송 후보자가 해군본부 전(前) 원사를 시켜 무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월 3천만원 자문료는 본인도 놀랐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야당인 국민의당은 검증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고까지 했다.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음주운전 전력이 있고, 거짓 해명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본인이 주주로 있는 회사가 임금을 체불하기도 했고, 대학 교수로서 영리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해명이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청와대에는 임명 강행 기류가 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본인은 포괄적 인용 표기를 한 것이지 인용을 누락한 것이 아니라 주장했다. “남의 논문을 포괄적으로 갖다 썼다” 이런 걸 거칠게 표현하면 “베껴 썼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닌지 궁금할 따름이다. 논문 표절 등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일도 교육부 장관 업무다. 그는 2006년 교수노조위원장 시절,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던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해 사퇴를 요구했다. 게다가 그는 10년 전쯤 ‘사회주의를 상상하자’는 발언을 한 적이 있고, 미군 철수 주장에 동조한 자료도 나왔다. 상식선에서 봐도 자리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장관에 취임했다.

이렇게 언론이 아무리 장관직 수행의 결격 사유인 의혹을 제기하고, 청문회에서 야당이 문제를 삼아도 대부분은 실체에 대한 규명이 없이 고위공직자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행 제도 탓이다.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등은 국회 표결을 거치지만 장관은 그런 절차가 필요 없다. 언론이, 국회가 뭐라 하든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걸로 끝이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그래서 나온다. 제일 좋은 방법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검증해 후보자를 추천하고, 국회는 이를 확인하면서 정책 수행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사 논란은 이걸 지키지 않아서다. 국회청문회도 진실 규명과는 동떨어진 가운데 여야로 편을 갈라 감싸기·헐뜯기에 골몰했다. 만약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청문회 후 표결을 한다 해도 여야는 또 편싸움을 할 게 뻔하다. 이런 식의 청문회 운영은 소모적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지속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찾기 어렵다.

필자는 인사청문회와 별도로 국민배심원단을 구성, 운영해보자고 제안한다. 국회 청문위원 수만큼 일반 국민배심원단을 만들어 청문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한 뒤 청문위원과 배심원단이 함께 투표로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직접 민주주의를 일부 도입하는 것이다. 진실을 도외시한 채 진영(陣營) 논리에만 푹 빠져 있는 양극단의 정치판 사이에 배심원단이라는 완충(緩衝) 장치를 끼워넣는 셈이다. 필자는 여당이 되거나 야당이 될 때마다 말을 180도 바꾸는 여의도의 정치인들보다 미래의 배심원단에 훨씬 더 믿음을 주고 싶다.최병묵 정치평론가


임성수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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