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매년 7월초·8월 중순 시에나의 ‘팔리오’ 축제…묘미는 살라미·파테소스·피치파스타 등 전야제 만찬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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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7   |  발행일 2017-07-07 제41면   |  수정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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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라구소스를 곁들인 시에나식 피치파스타.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는 ‘시에나(Siena)’에 도착했다. 토스카나 대표 중세도시인 시에나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웅장하고 화려했다. 요새처럼 둘러싸인 성벽과 뾰족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 부채꼴 모양으로 경사가 진 널찍한 광장. 한눈에 봐도 참 인상적이다.

시에나 중심부에 자리잡은 대성당 두오모를 둘러보니 피렌체 근교의 작은 마을쯤으로 예상했던 선입견은 단번에 깨져버렸다. 적당한 규모와 심플한 색감은 특히 매력적이었다. 외관과 달리 내부 천장과 벽은 물론 바닥까지 알록달록한 천연 대리석을 쪼개어 모자이크와 같은 기법으로 치장해 놓았다. 피렌체의 두오모보다 훨씬 더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세계 최초 은행이 시에나에서 생겨났다. 그래서 한때 시에나는 피렌체나 베네치아보다 경제적으로 더 부흥했다.

일년에 딱 두 번, 매년 7월 초와 8월 중순에 열리는 축제 ‘팔리오’. 시에나 내 17개의 구역 간 대결로 펼쳐지는 역동적인 경마 경기를 볼 수 있다. 중세의 모습 그대로를 엿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시에나 구 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벽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설레게 한다. 중세 복장을 한 시민들의 퍼레이드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골목마다 각 구역을 상징하는 알록달록한 깃발들이 펄럭이며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

경기가 치러지는 캄포광장. 자동차 경주장과 같은 구조다. 마치 팔리오 축제를 위해 처음부터 설계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고유의 문양이 새겨진 기수복을 차려입은 늠름한 기수들은 안장 없는 말에 올라 오로지 팔리오 깃발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달리고 이에 관중은 열광한다.

경기 바로 전날 저녁,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두 모여 우승을 기원하며 전야제 만찬을 벌인다. 이게 팔리오 축제의 진정한 묘미. 깃발을 선두로 구역별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시에나의 전통음식과 훌륭한 와인의 맛에는 승패가 따로 없다.

‘회향’이란 씨앗으로 맛을 낸 부드러운 식감의 ‘살라미’와 신선한 닭간에 브랜디로 첨향한 녹진한 ‘파테소스’, 전주식 피순대와 맛·모양이 꼭 닮은 시에나식 소시지는 소금기가 없어 담백하다. 겉이 파삭한 전통빵까지 곁들여지니 마음과 몸이 동시에 행복하기만 하다.

광장 한켠에 마련된 나무 작업대에 둘러앉은 할머니들. 그들이 우동 면발처럼 오동통한 시에나의 명물 ‘피치(Pici) 파스타’를 연신 만들어낸다. “한창 단맛이 오른 체리토마토소스, 송로버섯소스, 멧돼지고기로 장시간 끓여낸 라구소스 중 골라보라”고 한 셰프가 제안한다. 나도 모르게 “세 개 다!”라고 외쳤다. 셰프가 “정답!”이라고 말한다. 둘러선 이들이 박수와 웃음을 동시에 내게 보내준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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