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노무현 오바마 문재인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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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5   |  발행일 2017-07-05 제30면   |  수정 2017-07-05
소탈하게 그리고 소박하게
재임기간과 나라는 달라도
노무현·버락 오바마·문재인
세 사람의 대통령 일맥상통
문재인-트럼프도 소통될까
[동대구로에서] 노무현 오바마 문재인
임성수 정치부장

노무현, 오바마, 문재인.

이들은 닮은 점이 많지만 동시대의 대통령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11개월 뒤인 2009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재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개월 뒤인 지난 5월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한국을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 한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한국을 찾은 오바마는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만났다. 문 대통령과도 청와대에서 면담을 갖고 의견을 나눴다. 비록 40분에 불과했지만.

사흘 전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바마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언론공동발표를 했다. 두 정상은 발표문만 낭독한 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 시절 보였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으로 향하던 대통령 전용기 내 스탠딩 간담회 때 난기류 속에서도 질문을 더 받겠다며 계속 “마지막 질문만…”이라던 문 대통령의 멘트도 들리지 않았다.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급기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놓고는 정상회담 이후에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당선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바마의 소탈한 모습이 노 전 대통령과 흡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에는 역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많은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자신의 사인을 받기 위해 가방에서 공책을 찾던 초등학생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대통령, 소방관들에게 직접 커피를 따라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대통령, 아버지를 잃은 유족을 따뜻하게 포옹하며 위로해 주던 대통령. 지난 9년간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마치 오바마 전 대통령을 보는 듯했다. 일각에선 오바마를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베트남 방문 중 미국의 유명 셰프와 하노이의 한 식당을 찾아 현지인들과 함께 등받이도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병맥주에 쌀국수를 먹으며 인터뷰를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소탈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오바마의 이런 모습은 재임 당시 한국 대통령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국민과 함께하는 오바마의 모습은 우리의 부러움과 질투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대통령이 있었다.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아 신발 속 모래를 털고 친구들과 막걸리 잔으로 러브샷을 하고 담배 한 모금에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던 대통령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미국 파트너는 오바마가 아닌 조지 워커 부시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취임 2개월여 뒤인 2003년 5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에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고,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파병을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용산기지 이전과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등으로 미국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갔다.

코드가 맞진 않지만 싫든 좋든 문 대통령도 임기의 대부분, 아니 전부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해야 할지 모른다. 불편한 동거를 행복한 동거로 만드는 것 또한 ‘소통’에서 나온다. 둘이 제대로 된 궁합만 찾는다면 가상의 ‘노무현-오바마’ ‘오바마-문재인’ 이상의 콤비도 충분하다. 연말 트럼프의 방한이 그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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